“영광에선 오래 전부터 집집마다 모시로 떡을 만들어 먹었어요. 이 지역에선 누구나 다 알죠.” (신광수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 대표)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 |
모싯잎으로 송편을 만드는 지역은 많다. 그럼에도 영광이 ‘최고’가 된 이유는 모싯잎이 자라기에 좋은 기후와 토양을 갖춘 데다, 이 지역 모싯잎송편에 대한 기록이 진작에 남겨졌기 때문이다. 조선 헌종 15년(1894)에 나온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영광 지방에선 새해 농사를 식작하는 첫 날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모싯잎송편은 일꾼의 나이만큼 나눠줬다고 한다.
영광모싯잎송편 |
영광모싯잎송편은 작고 동글동글한 요즘 송편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엄격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만큼 ‘영광 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선 철저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지리적 표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명품 품질과 명성·역사성을 갖춘 지역 특산물에만 주어지는 인증 제도다.
생산기준을 파고 들면 더 깐깐해진다. 송편의 빛깔과 식감을 만드는 주역인 모싯잎은 전 처리 과정도 까다롭다. 5~10월까지 재배한 것을 채취해 10분 정도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3~4회를 씻어 수분을 제거한 후 사용한다. 동부콩 역시 100℃ 내외에서 삶아 사용한다. 동부콩은 콩과 팥의 중간 정도의 식감으로, 소를 만들 때 사용된다. 국내산 동부콩은 다른 모싯잎 송편이 많이 쓰는 미얀마산 동부콩과 달리 겉껄질이 짙은 갈색빛에 가깝다. 신 대표는 “겉피를 벗겨내지 않고 소에 넣을 경우 수입산은 밝은색이지만, 영광 모싯잎송편은 짙은 색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영광모싯잎송편 생산자 단체인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신광수 대표 |
잘 불린 영광산 무공해 쌀을 분쇄해 소금을 섞는 과정이 첫 번째다. 쌀을 분쇄할 때는 ‘1kg당 12g 내외’의 소금을 넣는다. 갈아진 쌀가루에 “1kg 기준 모싯잎 200g 이상 넣어” 분쇄작업을 한 뒤 물을 넣고 교반작업을 한다.
송편 한 개당 피 40g, 소 20g이 기준이 돼 총 60g 무게의 송편 한 개를 빚어야 한다. 크기로 치면 8~10cm, 일반 송편의 1.5~2배 정도다. “60g이 기준이 되는 것은 오래 전부터 그 정도 크기로 만들었던 것을 그대로 따른 방식”이라고 한다. 잘 빚어나온 송편은 고운 파스텔 빛깔을 띈다. 녹색 모싯잎의 첫 번째 변신이다.
“성형기에서 나온 송편은 2초에 하나씩 모양을 잡아요. 사람 나름인데, 잘 만드는 팀은 하루에 2만개는 거뜬하죠.” (신광수 대표, 이하 동일)
만들어진 송편은 ‘약 20분~25분간’ 찐 후 식힌다. 갓 쪄낸 영광 모싯잎 송편은 쑥처럼 진해진 색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거 아무 것도 안 넣고, 안 바른 거예요.” 색소나 참기름의 도움 없이도 천연의 빛깔이 나오고, 윤기가 반지르르 흐른다. 한 입 베어물면 찰기가 입 안을 꽉 채운다. 쫄깃한 식감이 이전과 달리 신선하다. “그 찰기가 다 모싯잎 섬유질 때문이에요.”
(사)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신광수 대표가 찌기 직전 파스텔 빛깔을 띄는 영광모싯잎송편을 들고 있다. |
모싯잎의 놀라운 힘은 떡의 유통 과정에도 관여하게 됐다. 생산자 단체에선 지난 수년동안 모싯잎의 항균 성분으로 덕분에 “24시간 실온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덕분에 영광모싯잎송편은 찌기 전의 냉동상태로도 유통하지만, 찐 송편의 경우 실온으로 유통한다. 배송 이후에 냉동보관을 하도록 돼있다.
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영광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신 대표는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만큼 포장에도 차별화를 둘 계획”이라며 “캐릭터를 만들어 포장지에 부착하는 등 ‘영광모싯잎송편’은 맛도 품질도 다르다는 점을 보여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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