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재생이 올해 근본적인 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요구와 행정의 요구,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매우 복합적인 과업이다. 단기간의 정책 성과나 특정 지역에 국한된 단편적인 변화만으로는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 지금의 전환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의미 있는 숨 고르기라 여겨진다. 도시재생은 유기체처럼 기능하는 물리적 바탕 위에 일상의 삶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공동체적인 요소가 결합되는 특성이 있다. 단선적인 행정지침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 간 통합적이고 다원적이며 동시다발적인 인식의 변화와 지속적인 실행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
최근 지방정부에서는 도시재생의 구체적인 실행조직으로서 참여 주체들의 자발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협력적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행정조직과 민간의 대등하며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그 동안 지역사회문제로부터 배제되어 있던 다양한 주체들의 관계성을 회복하여 복지의 사각지대와 틈새를 공동체 내부에서부터 채워가려는 전략이다. 주택은 사유재산인 동시에 사회적 차원의 공익성과 공동체적 영역에 접해있다. ‘내 집’과 ‘우리 동네’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로부터 도시재생의 구체적인 대상과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동력으로 장기적인 실행과 운영을 꾀하려는 움직임이다. 그간의 하향식 도시개발사업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약 10여개의 도시재생 지원센터가 존재한다.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회적 경제주체들을 발굴 및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도시재생이라는 복합적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성과 통합적인 체계를 갖춘 적합한 주민조직과 활동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는 학계과 업계, 행정조직을 통틀어 도시재생의 폭넓은 담론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인 업무체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막 압축성장기에서 벗어나 재생의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대다수 시민들이 생소해하는 도시재생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논의가 필요하다. 또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전문가를 양성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고도화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이 결여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은 벌써부터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투입되는 예산과 사업영역이 광범위한 만큼 도시재생의 구체적인 사업범위을 정하는 일뿐 아니라 사업수행 조직을 운영하는 일에 있어서 역시 무분별한 양적, 물리적 확장 을 지양해야 한다.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실효성 있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그 추진과정을 꼼꼼히 점검할 수 있는 탄탄한 관리체계가 우선돼야 한다.
경험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현저히 부족한 사업 현장에서 민간의 참여가 활성화되고 단위 사업들을 통해 꾸준히 시민들과 소통해 지속적인 도시재생의 흐름이 순환되는 게중요하다. 관련주체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민간참여의 폭과 지원장치를 균형 있게 넓혀가야 한다. 그래야만 개발이 아닌 ‘재생’의 사업들이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여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아울러 그 사업의 실질적 이익과 효과 역시 소수의 개발주체가 아닌 지역사회로 환원돼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참된 의미의 도시재생을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