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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화찬권 법무부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다문화는 틀림과 다름이 아닌 다양성과 어울림의 일상
뉴스종합| 2017-09-26 11:13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함께 재한외국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한 지도 어느덧 만 6년째가 되었다. 처음 봉사활동을 할 때는 사회통합위원이라는 명칭으로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작년부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의 추천으로 위촉된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지난 해 동안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으로 이민자 가정문화탐방, 종합건강검진, 멘토링 캠프, 노인복지시설 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이민자들과 함께 하였다. 그리고, 예전에 오랫동안 외국인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을 생활 속에서 접하였기 때문에 그들을 많이 이해한다는 나의 생각은 이번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으로 참가한 활동을 통하여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재한외국인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갖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 등의 큰 의미에서만 생각해 보았지 그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세세하게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는 자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가정들을 이해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 많아졌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으로 활동이 자칫 전시성 사업이나 보여주기 사업으로 흐르지는 않을까하고 늘 걱정이 된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걱정이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들만의 관심과 활동으로 그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자원봉사를 할 때마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자 그들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생활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재한외국인 지원 사업을 재구성하고,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들만의 영역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일상과 관심 속으로 확대되도록 하고자 봉사활동의 기준을 잡아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들로부터 제법 격려를 받았으며, 더 나아가 외국인들이 나와 우리의 일상 속으로 가까워졌다고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작은 위안마저도 나의 착각은 아닌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여러 가지 봉사활동 중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부분이지만,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다문화 가정임을 밝히기 싫어한다는 사실이었다. 며칠 전에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운영위원회에서 교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학습지도의 어려움이 이슈로 제기되었고,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 지원과 학생들의 학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하지만 논의에 앞서서 학생들이 다문화 가정임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여 지원 사업에 참여율이 낮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도출되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법무부 자원봉사 활동으로 진행된 ‘친구야 함께하자’라는 멘토링 사업을 했을 때도 같은 사례로 많이 곤혹스러웠다. 그 사업의 대상자를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과 그 단짝 친구로 기준으로 잡았지만 대상자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짝 친구에게 캠프에 참여하자고 이야기하는 순간 다문화가정이라는 것이 친구에게 밝혀지기 때문이었다.

다문화 가정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고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외국인이나 다문화에 대한 배척과 다름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많은 액션 영화들을 보면 한결같이 동남아시아나 중동 또는 중국에서의 이민자 사회가 폭력조직이나 범죄와 연결되어 어둠의 사회로 묘사되고 있으며, 우리들은 그러한 영화 스토리에 대해 아무런 의구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문화에 대한 이중적 모습의 한 단면이 아닐까?

다른 문화, 다른 피부가 틀림이 아니고 다름이라는 인식이 이성적으로는 형식적인 공감대를 이루어가고 있지만, 우리의 생활과 행동 속에 우리도 알지 못하는 ‘다름에 대한 불편함과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 ‘다름’이 ‘다양성과 어울림’으로 정착되고 공동체로 녹아들어야만 우리 사회의 다문화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출입국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들의 재한외국인을 위한 활동들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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