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죄송합니다” 만 되풀이…주민들 “부모들은 어찌 살라고…”
뉴스종합| 2017-10-11 11:12
어금니 아빠’ 오늘 현장검증

딸을 시켜 그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사체를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모(35) 씨가 11일 서울 망우동 자택에서 살인 현장검증에 나섰다.

이씨의 여중생 살해ㆍ시신 유기 혐의를 수사 중인 중랑경찰서는 이날 오전 이씨와 함께 살인 현장검증에 나섰다. 망우동 자택은 두 부녀가 피해자 A양을 유인해 살해한 곳으로 지목된 장소다. 이날 현장 검증에는 이씨만 참여해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이씨는 중랑경찰서에서 출발해 오전 9시 20분께 망우동 자택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이씨는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은 마스크를 가린 채 였지만 초점을 잃은 채 긴장한 눈빛은 숨기지 못했다. “친구의 딸을 왜 죽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씨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 채 수사팀에 이끌려 자택으로 들어갔다.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 씨가 11일 오전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이씨가 거주했던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연합뉴스]

현장검증에 착수한 경찰은 영월 야산에서 발견된 A양 시신이 나체 상태였던 점과 이씨가 범행 대상으로 A양을 지목해던 점에 주목해 A양을 유인해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건네고 살해하는 과정을 명확히 확인하고 범행동기를 확인할 만한 요소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 50~60명이 자택 앞에 모여 이 씨가 현장 검증을 위해 들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이 씨의 잔인한 범행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가 승합차에서 내려 자택으로 걸음을 옮기자 주민들은 혀를 차며 “죽일놈, 찢어죽일 놈”이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이씨에 앞서 피해자 여중생을 대신해 마네킹이 자택으로 들어갈 때에는 낮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김동손(79) 씨는 “마음같아서는 마스크도 벗기고 찢어 죽여도 모자라다”며 “얼마나 재롱 떨고 예쁠 나이인데 부모가 어떻게 살겠냐”고 분노했다.

자신과 딸의 희귀병을 앞세워 모금을 해온 이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한 것에 대해 이윤진(60)씨는 “모금을 해서 구입했다는 외제차를 봤는데도 상상이 되지 않는 엽기적인 범죄를 했다”며 “가족들이 같이 뉴스를 보는데 함께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경숙(70) 씨 역시 “그런 후원과 도움을 받았으면 열심히 살아야지 남의 귀한 딸을 죽이면 되느냐”며 “전과범이 멀쩡하게 돌아다니면서 애를 유괴해 죽여도 되는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이미숙(57) 씨는 이씨의 딸이 친구를 직접 유인하고 사체 유기에 가담한 사실에 대해 “처음에는 사건에 딸이 얽힌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세상이 무서워서 이제 친구집에는 보내겠냐. 이웃집도 놀러가면 안되고 선생님 말씀도 들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학부모들끼리 모이면 걱정을 한다”고 했다.

1시간 정도 현장검증을 진행한 이씨는 다시 수사진에 이끌려 호송차량으로 옮겨져 중랑경찰서로 호송됐다. 이 씨는 범행 동기나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묵묵부담으로 일관했다. 주민들은 “얼굴 좀 보게 마스크를 벗기라”거나 “어린 것을 그렇게 죽여”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도 한참동안 서성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경찰은 현장검증을 마친 뒤 이씨를 경찰서로 데려가 범행방법과 동기 등에 대해 다시한번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살인을 시인한 만큼 구체적인 범행과정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전날 이씨의 딸 이모(14) 양에 대해 여중생 시신 유기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양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2일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호연ㆍ정세희ㆍ김유진 기자/why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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