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생산자에 저항하는 주체적 소비자 행동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트럼프 씨~다스는 누구 겁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17일 기사에는 내용과 무관한 댓글이 빼곡히 달렸다. 미국 대통령에게만 묻는 건 아니다. ‘그레잇!’을 외치는 연예인 김생민 씨의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질문은 수두룩하다. ‘김생민 씨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식이다.
‘다스가 누구 겁니까’란 질문은 최근 날씨ㆍ연예ㆍ스포츠 등 전분야의 기사 댓글로 등장한다. 지난 13일 주진우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확산돼 포털 뉴스 댓글창과 SNS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주진우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누리꾼 더레프트 작품. |
주 씨는 지분이 1%도 없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다스(DAS) 법인 대표로 선임되자 다스(DAS)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네티즌들은 다스와 아무 관련이 없는 날씨ㆍ연예ㆍ스포츠 기사에도 “다스는 누구 겁니까”란 댓글을 달아 관련 보도를 요구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네티즌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온라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에서 행여 의혹이 묻힐까 우려한 누리꾼들은 ‘#그런데_최순실은?’,‘#게다가_차은택은?’, ‘#그리고_우병우는?’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최순실 게이트를 끊임없이 환기시켰다.
그러나 다스의 경우 ‘#그런데_최순실은?’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운동은 개인 SNS 계정보다 오픈된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 창에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된다. 반면 ‘#그런데_최순실은?’은 개인 SNS 계정을 중심으로 확산된 측면이 강했다. 직간접적으로라도 ‘아는 사이’를 기반으로 메시지를 확산했던 운동이, 익명성이 극대화된 포털 댓글 창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적 공간인 개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운동들은 자신의 지인을 통해 지지자를 확보하고 연대해나가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현상은 일종의 공론장인 포털 뉴스 댓글 창에서 더욱 활발하다”고 차이를 지적했다. 이어 “전혀 모르는 타인과 공존하는 댓글창은 개인 SNS보다 공격 당하기 쉽고 정치적 의견 개진이 어려운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선 심리적 부담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한국 근현대사에 누적된 관행이나 적폐들을 개혁할 수 있는 의지에 힘과 정당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현상이 촛불 정국 이후 정치 참여 성향이 짙어진 네티즌들이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문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네티즌들이 단순한 뉴스 소비자가 아닌 주체적인 위치에서 뉴스 생산자에 저항하는 소비자로 변화했다”며 “기성 언론에 저항하고 좋은 기사를 공급하라고 요구하는 소비자 행동주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그러나 “기성언론이 인터넷 여론을 목소리를 무시하는 대신 배타적 증오감을 팩트체크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언론의 기반이 넓어지고 독자층도 확대할 수 있다”면서도 “긍정적 공존에 실패한다면 마녀사냥으로 번진 ‘240번 버스’ 논란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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