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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자양한양아파트 주민들 “곧 겨울오는데...”
뉴스종합| 2017-10-17 09:37
- 정비계획안, 2014년10월부터 서울시로부터 6번 퇴짜
- 공무원 손놓는 사이 주민 주거 안전 위험 높아져
-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정치적 ‘볼모’ 의심도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밤 중에 안방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바로 위 천정에서 물이 그대로 떨어지는 거에요. 그 뒤 새로 바른 도배지로 간신히 버티고 있어요. 또 언제 터질지….”

서울 광진구 자양한양아파트(구의강변로 11)에 사는 한기철 이 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얼마전 겪은 황당한 일을 소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3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한 위원장은 단지 전체 444가구 중 윗집, 아랫집 간에 누수로 인한 분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세대간 누수로 인해 방 안 천정이 망가진 모습. [사진=주민제공]

자양동한양아파트는 1983년 5월 준공된 뒤 34년이 지난 낡은 아파트다. 2011년 5월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조립식 구조로 건축돼 각 세대간 연결 부위의 누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누수 피해를 본 가구가 30세대에 이른다.

관리사무소가 파악한 노후화 상황은 심각했다. 옥상 방수 불량으로 고층 세대는 전반적으로 누수피해를 보고 있다. 건축 당시 토관으로 매립된 오배수관은 장기사용에 의한 지지력 약화로, 5년전부터 갑작스런 배관 붕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수가 역류돼 저층세대에 오배수가 유입되고, 수리 기간에 물을 쓰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경사지에 지어진 일부 동은 축대에 균열이 가고 점점 균열 범위가 넓어져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립식 구조 등 건축 특성 상 옥상방수 등에 수억원이 들 것으로 관리사무소는 추산했다.

지하공동구인 오배수관이 부식돼 내려앉아 있다. [사진=주민제공]
옥상 벽체에 금이 가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질 위험이 있어 보인다. [사진=주민제공]

이 단지는 건축연한 30년 경과, 안전진단 D등급 재건축 요건을 갖췄지만 몇해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10월 ‘주택재건축 기본계획 변경 및 정비구역지정ㆍ정비계획수립(안)’을 상정한 뒤 지난해 3월까지 도계위 본회의 심의에서 모두 3차례 보류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 심의에서 분과소위원회 자문을 받으라는 지적에 따라 2016년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소위원회 심의를 거쳤지만 역시 3차례 보류를 받았다. 지난 3년간 모두 6차례 ‘퇴짜’를 맞은 셈이다. 재건축추진위는 소위의 지적 사항을 반영해 계획을 수정, 광진구를 거쳐 지난 7월말에 소위원회에 재자문을 상정 요청했지만, 시는 60일 넘게 회의 일정 조차 잡지 않고 있다.

심의의 초점은 제2종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의 ‘종상향’ 이다. 종상향을 통해 주민들은 용적률 232%, 지상 15~35층의 6개동, 900가구를 계획 중이다. 이에 대해 시는 종상향에 따른 공공성 확보를 먼저 내세우고 있다. 주민들은 공공기여(기부채납) 4827㎡를 제시했다. 소위 자문 결과를 반영해, 사회복지시설(1205㎡)을 동측으로 조정하고, 동측 도로변 보행자를 위한 보도를 넓히는 것으로 건축한계선을 고쳤다. 한강변에 인접한 동은 15층 이하로 낮춰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고려했다.

자양한양아파트 재건축계획안이 번번이 퇴짜를 맞는 배경을 두고, 시가 구의유수지 행복주택건립(안)과의 연계성을 감안해 ‘정치적 심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는 2015년 11월 도계위에서 자양한양아파트 동측에 있는 구의유수지에 20층 짜리 행복주택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공유재산변경계획안건은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1년 넘게 묶여 있다. 애초 행복주택 건립에 반대했던 자양한양아파트 주민들도 찬성으로 돌아서 건립에 동의한다는 주민의견서를 시에 제출한 바 있다.

광진구 관계자는 “시가 구의유수지 행복주택건립안 시의회 통과와 자양한양아파트 재건축 승인을 묶어 처리하려는 것 같다”며 “주민들도 행복주택 건립에 동의하고 있고, 주민들의 주거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재건축 계획안에 대해선 조건부라도 승인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자체 인허가 과정에서 지방 도계위의 과도한 요구로 사업비가 증가하거나 사업기간이 장기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만든 도계위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도계위는 ‘심의가 지연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처리해야하고’ ‘심의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내용으로 신청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지양’하는 게 원칙이다. 또한 시도는 시군구로부터 심의요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30일 안에 도계위 심의를 완료해야한다.

한기철 추진위원장은 “잠실 주공5단지, 반포 주공1단지 등 강남의 대규모 단지들도 도계위 심의를 ‘턱턱’ 통과하는 것을 보면 강북지역 소규모 단지라서 소외시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며 “차라리 부결이라도 나면 돈을 들여 수리라도 할텐데 계속 보류시키고 붙들고만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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