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이현수 역)과 양세종(온정선 역)의 사랑이 제대로 불붙기 시작했고, 늦게 시작된 사랑은 그 열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각종 키스를 하며 여기저기 꿀을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김재욱(박정우 역)의 우수에 젖은 눈빛 연기를 단순히 사랑의 패배자 정도로 써먹으려고 캐스팅 했을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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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희 작가가 쓰는 멜로 드라마의 대체적인 특징은 모두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 또 3각관계, 4각관계는 있어도 어장관리는 없다는 점이다.
이현수를 사랑하는 박정우는 후퇴는 없다. “프러포즈는 다음 주에 할 거야”라고 말했다. 프러포즈 하는 순간, 온정선과 박정우는 한 여자를 두고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현수는 이미 박정우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명희 작가가 쓴 전작 ‘닥터스‘에서도 박신혜가 윤균상에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홍지홍(김래원)”이라고 말했듯이.
하지만 짝사랑에 그쳐야 하는 서브남주를 하명희 작가는 항상 멋있게 그려낸다. 불쌍하게, 악인스럽게 그리지 않는다. 윤균상은 비록 박신혜를 얻지는 못했지만, 한 여성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멋있는 남자로 많은 여성들의 가슴속에 남았다.
김재욱도 그럴 것이다. 사랑을 얻지 못해도 독자적인 멜로를 가지고 가는 인간형이 된다면, 비록 서현진을 얻지 못해도 수많은 여성 시청자를 얻을 수 있다. ‘흑화’라는 것은 하명희 작가 스타일이 아니다. 멋있게 그려질 것이다.
멜로드라마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했는데, 뭐가 멋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명희 작가는 김은숙 작가 못지 않게 ‘서브남주’를 주체적으로 그려낸다. 자신의 철학과 매너, 애티튜드를 갖춘 인간형으로 만들어낸다.
김재욱은 양세종-서현진 멜로의 ‘제물 캐릭터’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서브남주 김재욱이 너무 멋있게 나와 걱정이 될 정도다. (‘해신’에서 멜로적으로 송일국 캐릭터가 최수종 캐릭터를 눌러버렸다. ‘사랑의 온도’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서브남주에 대한 주목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하명희 작가 스타일의 특징은 멜로 당사자(3각관계건 4각관계건)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데도 질척거리지 않고 깔끔하다는 점이다.
한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사랑이 각자의 노선(감정)에 따라 끝까지 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세 사람은 ‘감정의 페어플레이’를 쓰기 때문에 막장적이지 않다.
만약 김재욱이 멜로의 재물 캐릭터였다면, 양세종과 서현진의 사랑이 불 붙으면서 김재욱의 분량이 대폭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오히려 이제부터 늘어난다. 어떤 생각, 감성, 가치를 가진 인간인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김재욱이 양세종이 없던 5년간 서현진에게 본격적인 대쉬를 하지 않은 것도 그 사람의 감정이요, 가치관이다.
김재욱은 9회까지는 분량이 너무 적었다. 매번 작가실에 와 보조작가 황보경(이초희)에게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는 김준하 PD(지일주 분)보다 분량이 적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김재욱은 나름 박정우 캐릭터를 섬세하게 잘 끌고온 셈이다.
눈빛, 표정, 일하는 모습, 분위기가 멋있는 남자다. 성숙하고 절제된 어른미가 있다. 꿀 떨어지는 눈빛, 툭 내뱉는 듯 하지만 따스함이 섞인 말투, 모든 걸 다 품어줄 것 같은 다정함, 사업가 특유의 냉철함까지 ‘이 남자 안가진 게 뭐니’라고 할 정도로 김재욱의 매력이 잘 살아나고 있다.
물론 김재욱에게는 아픔이 있을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서현진에게 “넌 생각을 많이 해서 문제야. 실체도 없는 감정 껴안고 언제까지 혼자 지낼래. 지금 현실은 나야”하고 박력을 보였지만, 이제 그렇게로는 나갈 수 없다.
‘사랑의 온도’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분위기의 멜로였으면 한다는 점이다.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걸 한 남자가 지켜보는 등 옛날 방식보다는 감각적으로도 좀 더 세련되고 젊은 스타일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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