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일반
사우디 여성운전 2018년 허용…자동차 수출 청신호? 적신호?
라이프| 2017-10-23 08:07
-319만명 여성 자동차시장 형성…소형ㆍ중고차 수요증가 예상
-138만명 외국인 운전기사 해고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 우려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6월 여성 운전을 허용키로 하면서 새로운 수출 시장이 열릴 전망이지만, 여성 운전자들이 외국인 운전기사를 대체하면서 신차 수요는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KOTRA(사장 김재홍)가 23일 발간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운전 허용 결정, 현지 반응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사우디에서 30세 이상 여성의 운전이 가능해지면서 319만명의 30~54세 사우디 주요 경제활동 여성을 겨냥한 새로운 자동차 수출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사진=AP연합]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사우디 여성 운전자를 공략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르노는 내년 여성운전이 허용된 직후 면허증을 전시장에 가져오는 선착순 7인에게 자사차를 무상으로 주기로 했으며, 포드와 폭스바겐은 각각 룸미러에 비친 니캅 착용 여성의 눈매와 ‘이제는 당신 차례’라는 구호로 여심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여성 운전을 허용한 배경을 살펴보면 자동차 수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의 여성 운전 허용은 여성의 근로를 장려하는 동시에 외국인 운전기사 고용에 수반되는 비용을 아끼려는 조치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약 138만에 이르는 외국인 운전기사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로 인한 자동차 수요도 덩달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올해 7월부로 도입된 외국인근로자 부양가족세(expat fees) 때문에 이미 소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 현지에 진출해 있는 A사에 따르면 사우디 주재 외국인과 기업체들이 소형, 준중형 차량의 주요 고객인데, 최근 저유가와 외국인세 도입으로 수출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외국인세와 2018년 신규 도입되는 부가가치세(VAT) 때문에 내년도 자동차 수출도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도 2016년과 2017년 각각 -36.1%, -16.4%를 기록하는 등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그나마 수출이 유망한 차종은 소형차와 중고차라는 의견이 많다. KOTRA가 현지 디스트리뷰터 대상으로 자체 인터뷰한 결과 현지 여성들은 시야 확보와 주차 편의상 소형차를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소형 세단 혹은 서브컴팩트(sub-compact) SUV 수출이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용석 KOTRA 중동지역본부장은 “이번 조치로 자동차 외에 여성 운전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윈도우 필름 등 차량용 액세서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 중소기업들은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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