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측근들이 권력 쥐는 자리로 전락해
-자문회의도 변질…시민단체 등이 위원 꿰차
-“부시장급보다 권력 우위라는 말도 돌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 서울시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추진 사업들을 살펴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수정을 제안한다. 더 추가하면 될 것 같은 부분은 보강도 요청한다. 빨개진 눈으로 지적사항을 듣는 시 직원들이 “검토해보겠다”는 말은 하지만, 바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회의실을 나와 컴퓨터를 켠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바로 전자우편을 발송한다. “시장님. 사업에서 바꿨으면 하는 게 있는데…”
다수의 서울시 직원이 들려준 김홍남(69ㆍ여) 서울시 박물관미술관사업자문단장의 모습이다. 절차는 없고 든든한 ‘빽’만 있다. 이 같은 ‘박원순 사람들’로 채워진 민간 자문관들로 인해 시 직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시청 신청사. [사진=헤럴드 DB] |
1일 시에 따르면 민간 자문관 제도는 시가 추진하는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박 시장이 있는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각계각층 민간 전문가를 모아 조언을 듣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그 취지는 사라지고 자문관 중 상당수가 박 시장의 측근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뒷배경을 앞세워 조언보다 권력을 휘두르는 데 혈안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김 자문단장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시 직원 A 씨는 “김 자문단장은 2015년 7월 시로 들어온 후 박물관과가 있는 시청 서소문별관 12층이 아닌 같은 건물 5층으로 출근한다”며 “같은 부서 직원들과 있지 않고 별도 업무공간을 독차지해 다른 팀 직원들도 괴롭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이 뒤를 봐준다는 소문에 아무도 쓴 소리를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문 회의도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시 직원 말을 들어보면 민간 자문위원들은 대개 시 직원의 추천 이후 부시장의 승인으로 선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 눈치를 보고 상당수를 민간 자문관과 같이 ‘박원순 사람들’로 추린다는 것이다.
민간 자문위원에겐 회의수당이 지급된다. 시간 당 10만~20만원 수준이다. 사실상 이들에게 주어지는 ‘용돈’으로, 박 시장이 온 후 지급액의 전체 규모는 추적조차 힘들 만큼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의 행정체계가 무너지는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 직원들도 부시장급보다 민간 자문관의 눈치를 본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시 직원 B 씨는 “부시장급은 이제 인사권도 없는 식물상태로 전락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실ㆍ국장급도 민간 자문관을 챙기느라 본 업무는 손도 못댄다고 하소연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례에 따라 운용되는 민관 자문관은 모두 5명이다. 시 직원 C 씨는 “상당수는 역량과 능력 면에서 직원들의 인정도 못 받는 중”이라며 “일주일에 두 어번 오면서도 본인 관심사업만 국장급에 지시하니 자문관이 아닌 고문관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민간 자문관의 존재도 모르는 직원과 시민들이 많다”며 “이들이 세금이 어떻게 쓰려는지 알게 되면 모두가 분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혁신기획관실 관계자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위촉된 것”이라며 “모두 전문성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시정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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