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자연절경의 높은 산수와 부(富)을 상징하는 붉은 자태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다…안진수 작가
헤럴드경제| 2017-11-21 17:42

[헤럴드 경제]해외여행도 까다롭던 1970년대, 젊은 현대미술학도였던 안 작가는 일본에서 생활디자인을 전공하느냐, 생업을 하면서 취미로 그림을 하느냐, 라는 갈림길에서 과감히 중국 청화예대 미술대학원행을 택했다. 3년간의 유학생활 동안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태곳적 깊은 바다의 포효로 솟아오른 3천봉의 절경, 장가계의 풍경이었다고 한다. 긴 호흡의 호령을 날카롭고 서늘한 양감으로 승화시키고자, 안 작가는 아크릴을 바탕으로 초벌채색을 시작해 형태를 잡고, 마지막으로는 나이프로 유화물감을 겹겹이 바르고 긋는 독특한 표현법을 완성시켰다. 

사계절 연작으로 각각 그려 낸 <장가계 풍경>은 나이프로 수없이 그어 내린 기암절벽이 봄에 수줍게 창궐한 푸르름이 본격적으로 팽창하는 여름, 빛깔만 노랗게 바꾸어 더욱 만발한 잎들에 한껏 덧씌워진 절벽산의 정경을 안 작가의 경이로운 감성으로 담고 있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절경은 푸른 톤을 벗어나 지고지순한 멍울로 보듬은 흰 빛이 쌓여 신록이 하얗게 잠든 계절이 오면, 새로운 삶이 태동하는 여명을 학수고대하는 <장가계의 겨울>로 이어진다. 생로병사과정에서 금색만큼 부와 건강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은 안 작가의 이 열정적인 묘사가 담긴 붉은 꽃 그림을 감상할 때마다 컬렉터의 위시리스트에 기꺼이 넣곤 한다.

안 작가는 40대 때부터 본격적으로 지금의 화풍을 정립했으며, 평범한 붓으로 예쁜 정물을 그리기도 했지만 점점 나이프로 단순하고 거친 촉감의 디테일을 살리게 되었다. 그는 작품에서 자신만의 생명력과 희망을 담지 못하는 그림은 죽은 그림이며, 운동으로 밤샘작업에 필요한 체력을 단련해 반짝이는 감성이 피로에 에워싸여 증발하는 것을 막는다고 전한다. 

안 작가는 매달 해외교류전을 치르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자신의 작품과 함께 한국 미술가들을 알리기 위해 인사동에서 단체전을 매달 2-3회 치른다고 한다. 또한 언론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국제교류전 중심의 예술단체인 한국현대미술가회를 조직해 (사)한국미술협회에도 소속된 100여 명의 회원들과 연 1회 이상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며, 해외의 우수한 예술가들과 국내 화가들의 교류를 주선하고 있다. 그동안 대련시 컨벤션센터, 천진도시 시정박물관, 북경갤러리 등에서의 개인전에서 중국 시장의 경쟁력을 확인한 안 작가는 앞으로 유럽도 좋지만 중국, 미국 시장을 공략해 볼 것을 동료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중국의 갤러리들을 접수한 안 작가는 지난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초대 개인전을 성황리에 치르고, 뉴욕 첼시 K&P갤러리 관장의 초대를 받아 10월 19일부터 29일까지 아끼는 10여 개 작품을 가지고 미국으로 출국, 11월 29일에는 중국 산동성 위해시의 국제교류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젊은 시절 밴드부에서 익힌 수준급 색소폰을 연주하는 안 작가는 때때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만큼 열정을 보이며, 지금도 미술전 행사 때마다 축하 연주를 자청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한민국 미술작품의 우수성을 국내외로 널리 알리기 위해, 후학과 동료들, 갤러리들에게 열정으로 모범을 보이는 안 작가는 창작의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진정한 토탈패키지 아티스트다.

정명우 기자/ andyjung79@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