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지난 9월 게재된 아주대 교수회 소식지 ‘탁류청론’에서 “환자마다 쌓여가는 (진료비) 삭감 규모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도 이르렀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국종 교수가 지난 22일 귀순 북한병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이국종 교수의 이런 발언은 국내 중증 외상외과 분야의 의료수가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와 특수 약품의 수는 적지 않다”며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삭감이 자주 일어났다고 이 교수는 털어놨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분은 고스란히 병원이 내야 한다. 환자를 살려놓고 그 부담을 모두 병원이 떠안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보험심사팀은 삭감률을 줄여야 했으므로 삭감될 만한 진료비를 미리 경고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필수적 치료를 줄일 순 없었다”며 “그건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닌 목숨을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전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털어놨다.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청구서가 거대한 화살이 되어 자신을 정조준했다며 힘겨웠던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며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국내 최고 권위의 중증외상환자 치료 전문가다. 최근에는 귀순 도중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려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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