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과열 조짐이 역력하다. 코스닥 지수는 불과 한달 남짓한 기간에 20% 이상 올라 800선을 넘보고 있다.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270조~280조원으로 코스피(1650조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요즘 30조원을 넘나드는 하루 거래대금은 코스피 시장보다 많다. 코스닥과 코스피의 신용잔고는 각각 5조원으로 엇비슷하다.
코스닥 시장의 급등세를 주도하는 건 제약·바이오주들이다. 대표적인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지난 23일 현재 시가총액은 27조원에 달한다. 돈 잘 번다는 네이버(26조4000억원)나 거대기업 삼성물산(26조3000억원)보다 많다. 그나마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란 재료가 있다.
그러나 상장 후 지금까지 수익을 낸 적이 없는 신라젠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 하나만으로 시총 8조3000억원의 기업이 됐다. 티슈진은 아직 판매 초기 단계로 공식적인 실적 발표도 없는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재료로 3조9000억원의 시총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약품(6조3000억원)이나 유한양행(2조6천억원)의 시총 규모와 비교하면 아무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이미 이상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공매도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달 들어 34개 종목이 거래를 제한당하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고 이 중 코스닥 종목이 26개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증시의 활황은 실물경제에 최선이다. 기업의 직접 자금조달과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온다. 가계의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효과까지 생긴다. 하지만 서서히 달아야지 급격하게 끓어서는 곤란하다. 기업 실적의 개선이 확인되지 못하면 거품으로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시장정보에 어둡고 변수대응에 굼뜬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입는다. 금융당국이 시의적절하게 경보음을 울려주며 시장과열 방지와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마당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최고경영자(CEO) 대상 간담회에서 “지난 7월 현재 한국 주식은 글로벌 시장보다 약 42% 저평가됐고 신흥국 시장과 비교해도 약 26% 저평가된 실정”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을 유인해 혁신ㆍ중소기업의 요람 역할을 하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열 조짐이 우려되는 시기에 꼭 해야할 말인지 의문이다. 2000년대 초 벤처 거품도 코스닥 급등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