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합법자산이라면 과세, 불법자산이라면 비과세로 정리될듯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국세청과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에 대해 엇갈린 정책방향을 밝히면서 정부기관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을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비트코인에 대한 과세는 현행법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비트코인에 대한 과세의지를 드러낸 데 비해 금융위는 비트코인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서 인정되지 않는다며 국내 선물거래를 금지한 바 있다.
[자료=연합뉴스] |
금융위원회는 다만, 이같은 유권해석이 최종적이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비트코인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지 완결짓지 못했다”면서 “현재로서는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것’ 정도이며, 향후 디지털상품 등으로 정의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또다른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아니며, 향후에도 인정받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원유나 금의 경우 가격변동에 대한 헤지(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보유하려는 자산의 가격이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없애려는 시도)목적으로 현물을 인수하는 수요가 있는 등 비트코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국세청은 합법적인 상품이나 자산이 아니더라도 소득에 기여했다면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부동산이나 증권과 같은 일종의 자산이기 때문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며 “사업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증여세는 법 개정 없이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했다.
가상화폐의 자산분류나 공정 가치 측정방법 등 기준은 필요하지만 별도의 법 개정 없이도 과세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아직 법으로 인정받지 못한 불법자산 또는 합법과 불법의 중간지대에 존재하는 자산에도 과세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 기관이 주장하는대로 자본시장법과 세법의 목적과 테두리가 다르더라도, 불법자산에 대한 조세저항과 투자자 혼란을 막기위해 정부가 통일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한 정의를 마무리짓지 않은 시점에서 세금부터 매기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가상화폐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 틀 안에서 과세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가 가상화폐의 가치와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번 강조한 상황에서 국세청의 과세방침은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기관간 통일된 목소리를 낼 필요성에 공감하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재부ㆍ국세청을 포함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견해 차이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기적으로 금융위와 법무부에서 인정하는 합법자산이라면 과세, 불법자산이라면 비과세로 정리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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