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죽음까지 부르는 낙상…겨울 외출길, 어르신 발걸음이 무겁다
라이프| 2017-12-21 11:37
폭설·한파에 빙판길 낙상사고 속출
65세 이상 환자 4년새 32%나 급증
고령자·골다공증 환자 특히 주의를

평소보다 걸음 속도·보폭 줄이고
지팡이 등 보조기구 활용땐 도움

주부 권모(71ㆍ여) 씨는 올해 초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당시 권 씨는 집 앞을 산책하다 눈이 얼어붙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졌다. 발이 미끄러지면서 엉덩이 윗부분을 땅바닥에 쿵 찧은 뒤 스스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 병원에 간 그는 고관절(다리와 골반 사이 관절) 골절상 진단을 받았다. 평소 골다공증을 앓고 있던 권 씨는 병원과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하다 겨우 회복됐지만, 아직 거동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전국적으로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는 등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대설특보가 발령되는 등 많은 눈이 왔다. TV 뉴스에서는 미끄러운 빙판길을 걷다 넘어져 아파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바로 낙상이다. 낙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쉽게 미끄러질 수 있는 경사진 길을 피해야 한다. 또 춥다고 주머니에 손을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고 보건당국과 전문의들은 당부했다. 


65세 이상 낙상 입원 환자, 최근 4년 새 32% 증가=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2015년 낙상 입원 환자는 약 28만4000명으로 2011년보다 16%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2015년 약 12만4000명으로 2011년과 비교해 32% 늘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낙상 입원율(인구 10만명당)은 증가했다. 60∼69세 연령군 이후부터는 급격히 늘어, 80세 이상에서는 60대의 약 4배나 됐다.

2015년 낙상 입원 분율이 가장 높은 계절은 겨울로 다른 계절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질본 관계자는 “겨울철을 맞아 65세 이상 노인은 눈이나 얼음으로 길이 미끄러우니 넘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상 사고는 계절과 무관하게 ‘주거지’에서 ‘일상생활 중’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겨울에는 ‘길ㆍ간선 도로’에서 ‘이동 중’에 발생하는 경우가 늘었다. 낙상으로 인한 주요 손상부위는 남자는 외상성 뇌손상(교통사고, 추락, 낙상 등의 충격으로 두개골이 골절되거나 두개골 내부에 손상을 입은 상태), 여자는 고관절 골절(골반과 다리가 만나는 지점의 관절이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 부러진 상태)이 가장 많았다.

손상 부위에 따른 입원 일수는 남녀 모두 고관절 골절에서 가장 많았다. 65세 이상 입원 환자 중 약 절반(48.2%)이 2주 넘게 입원했다. 입원 기간이 8~14일, 4~7일인 환자도 각각 21.5%, 16.4%나 됐다.

전영수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넘어졌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골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골밀도가 낮아지는 60대 이상은 골절 확률이 크다”면서 “낙상 후 골절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오랜 침상 생활으로 욕창, 폐렴, 패혈증 등 2차 합병증과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도 “넘어져 다치는 경우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골밀도 약한 골다공증 환자, 낙상 시 쉽게 골절=특히 골다공증 환자는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지고 그로 인해 쉽게 골절에 이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는 50세 이상 5명 중 1명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령화로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79만4618명에서 지난해 85만4215명으로 4년 새 8% 가까이 증가했다.

골다공증 환자는 골밀도가 낮아 골절에 매우 취약하다. 정호연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건강한 뼈는 콜라겐, 칼슘, 인 등의 구성 물질이 꼼꼼하게 채워져 있다”며 “골다공증의 경우 여러 이유 탓에 이들 물질이 점차 빠지면서 골밀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골밀도가 낮아진 뼈는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처럼 조직이 헐거워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정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는 골절이 생겨도 수술과 같은 적극적 치료가 어렵고 결과도 좋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낙상에 따른 골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안전사고에 우선 유의해야 한다. 오종건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겨울철 얼어붙은 빙판길을 걸을 때에는 평소보다 걸음 속도와 폭을 10%이상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며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걸으면 균형을 쉽게 잃어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고 지팡이나 보조기구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질본은 낙상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을 제시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육의 힘을 기르고 균형 감각을 키운다 ▷매년 시력 검사를 하고, 잘 보이지 않을 때에는 시력 조절에 적합한 안경 등을 착용한다 ▷화장실, 주방 등의 물기를 제거하고, 환한 조명을 설치하는 등 집안 환경을 안전하게 만든다 ▷어지러움이나 두통을 유발하는 약을 복용하는지 확인하고, 이 같은 약을 복용한다면 일어나거나 걸을 때 더 조심한다 등이다.

아울러 질본은 넘어졌을 때 대처법도 제시했다. 또 다른 질본 관계자는 “넘어졌을 경우에는 일어날 수 있을 때에는 먼저 호흡을 가다듬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본 후 일어나야 한다”며 “일어날 수 없을 때에는 119에 연락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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