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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2018-반쪽 지방분권…길을 찾다 ①스페인] 표면적 이유는 돈…‘4전5기’ 독립투표 카탈루냐의 역사
뉴스종합| 2018-01-02 11:19
[바르셀로나(스페인)=최진성 기자] 카탈루냐의 독립 시도는 지방분권이 실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극단적인 경우다. 표면적인 이유는 돈, 즉 재정권의 독립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15개 지방정부 중 세번째로 기여도가 높다. 하지만 카탈루냐에 돌아오는 돈은 스페인 중앙 정부 전체 지방 교부금의 10%에도 못 미친다. 15개 지방정부 중 열번째로 지원규모가 적다.

남은 돈은 각 지방정부의 사정에 따라 ‘불균등’ 배분된다. 카탈루냐 입장에서는 기여하는 만큼 돌아오는 성과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는 다른 지방정부를 도와주다 카탈루냐까지 흔들렸다. 분리독립의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카탈루냐의 독립은 1641년 첫 시도 이후 수세기에 걸쳐 반복되는 이슈다. 역사적으로 보면 스페인 정권은 유독 카탈루냐를 견제했다. 1936~1939년 스페인 내전을 이끈 프랑코 독재 정권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빼앗고 탄압했다. 카탈루냐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말살시켰고 ‘하나의 스페인’의 모양새를 갖췄다. 바르셀로나자치대학 프란체스크 빌라노바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 지배하면서 언어와 문화를 빼앗은 것처럼 프랑코 정권은 카탈루냐를 스페인화 시켰다”면서 “정치만 독재를 한 것이 아니고 카탈루냐의 모든 것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스페인 독재 정권은 종식됐지만 카탈루냐를 향한 중앙정부의 기조는 큰 변화가 없었다. 1978~1979년 헌법 개정을 통해 카탈루냐와 바스크(산세바스티안주)는 자치권을 회복했다. 이후 바스크는 ‘무장단체’가 분리독립 투쟁에 나서면서 재정권의 90%를 확보,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이뤘다. 하지만 스페인 내 또 다른 자치지역인 카탈루냐는 보수당이 장기 집권하면서 중앙정부에 계속 끌려다녔고, 불완전한 자치는 40년간 계속됐다.

10ㆍ1 주민투표는 1934년 이후 83년만이자 다섯번째(1641년ㆍ1714년ㆍ1931년ㆍ1934년ㆍ2017년)다. 하지만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유럽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카탈루냐에 본사를 둔 자국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의 이탈 움직임은 변수로 떠올랐다. 11월 기준 2400여개 기업들이 카탈루냐를 떠났다.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은 현실화되고 있다. 돈을 이유로 자치를 넘어 분리독립을 시도했지만 정작 돈의 힘 앞에 항복할 수 밖에 없는 모순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독립하면 정치적ㆍ경제적으로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독립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민족성’ 때문이다. 카탈란은 바르셀로나-발렌시아 중심의 아라곤 민족이다. 에스파냐인은 마드리드 중심의 카스티야 민족이다. 1469년 두 왕실의 결혼으로 하나의 스페인이 됐지만 화학적 결합은 성공하지 못했다. 알프레드 보스크 바르셀로나 시의원은 “우리는 한 국가이고 우리에게는 독립할 권리가 있다”면서 “스페인과 동등한 국가의 지위를 얻게 되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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