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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단일팀 ‘北 선수기용’ 묘수는…
엔터테인먼트| 2018-01-18 11:37
머리 감독 “北 선수 2~3명 쓸만”
北 합류 선수 5명이하 예상
전술훈련 시간 턱없이 부족
남 3개·북 1개 라인 운영 유력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큰 그림의 합의는 했지만, 실제 선수기용 과정에서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로선 우리측 새러 머리 감독이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이라고 언급한 2~3명 정도가 실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관계자들이 언급한 북측 아이스하키 선수 합류 규모는 최소 3명에서 최대 10명이다. 최대 8명이라고 언급한 관리도 있다. 그러나 여러 측면을 종합해볼때 북한측 합류 인원은 5명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팀의 에이스 진옥과 정수현 등이 단일팀 진입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 봄 강원도를 찾은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 [제공=강원도청]

23명의 엔트리 중 22명을 3~5개 라인의 ‘유닛’으로 짜서 한개의 라인을 모두 빼고 다음 라인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실전 선수들을 기용하기 때문에, 북측 선수들을 모두 한개 라인으로 배치할지, 아니면 각 라인에 섞을지, 고민스런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키경기는 한번에 6명이 뛰며, 5명이 한 라인을 구성해 전원 교체투입하는 방식이다.

머리 감독은 “나에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이 없길 희망한다”는 입장이어서, 단일팀 운용에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머리 감독은 ”1~3라인에 뛴 만한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의 실전 기회가 줄어들 경우 팀내 새로운 갈등 요인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스위스 등 상당수 아이스하키 강국들이 남북한 단일팀에만 엔트리를 늘리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엔트리가 증원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경우 기존 한국팀 선수 중 5명 안팎이 태극마크를 갑자기 떼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올림픽 개막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남북한이 세밀한 전술훈련은 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북한 선수들이 기용된다면 경기중 일정한 시간동안 북한선수 전원을 한 개 라인에 배치해 남한 3개 라인, 북한 1개 라인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북한 쿼터를 많이 주는 것이다. 이 경우, 같은 팀내에서 ‘분단’ 상황은 이어진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상위권 4개 팀(미국 캐나다 핀란드 러시아)이 포진한 A조와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4개 팀(한국 스웨덴 스위스 일본)이 속한 B조로 나뉜다. A조 1, 2위는 준결승에 직행한다. B조 1, 2위 팀은 각각 A조 4, 3위 팀과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러 준결승 진출 팀을 가린다.

남자 아이스하키와 달리 여자 아이스하키는 4강 진출 실패 팀들까지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모든 팀이 최소 5경기를 하는 셈이다. 세계랭킹 22위인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아시아 최강을 자부해 온 일본(9위)을 넘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벽이 높다고 해도 세계 최하위 수준에서 아시아의 강국 중국을 꺾는 수준까지 일취월장한 한국팀으로서는 일본을 제압하는 일이 지상과제이다. 이는 이번 동계올림픽 전체 성적의 성패와 관련된 또하나의 자존심이다. 이 때문에 기존 남한선수단은 다소 열세인 기량을 팀워크로 만회했다.

남한팀은 북한팀에 한동안 뒤졌다. 201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대4로 패하는 등 지난해 3월까지 1승4패를 기록했다. 북한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4부리그) 대회 3차전에 영국을 3대2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기량과 팀워크가 일취월장한 남한팀은 이 대회에서 북한을 3대0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이후 북한과의 실력차를 벌렸다. 남한팀은 몇 년전만해도 중국에 한 골도 못넣고 두자릿수 득점을 내주는 약체였지만 지난해 삿뽀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꺾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숙적 일본을 꺾는다는 것은 전통적인 강세 종목의 금메달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머리 감독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직접 지켜본 북한 선수 중에서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 등 2∼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만한 수준”이라면서도 “우리 백업 선수가 북한 선수보다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북한 선수 5명이 한개 라인을 맡는 방안은 그들의 쿼터를 많이 주는 것이다. 머리 감독의 언급을 해석해보면 ‘최소한의 기용’으로 읽힌다. 즉 팀워크 상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주력 2~3개 라인에 북한 선수 1명씩만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북한에 1개 라인을 주라”는 외압이 있을 경우, 이는 정치가 경기전술까지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머리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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