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파와 미세먼지 다 건강엔 치명적”
-“과거 기억하는 방식 차이 때문” 심리적 원인도
[헤럴드경제=유오상ㆍ김유진 기자] “차라리 미세먼지는 집 안에서 공기청정기를 틀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니까 한파가 더 원망스러워요.”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김은지(36) 씨는 어제 온종일 아픈 딸을 간호하며 병원을 세 번이나 찾았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탓에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던 딸이 감기에 걸린 것이다. 김 씨는 “딸이 평소 기관지 가 안 좋아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주 내내 마스크를 챙겨줘야 했다”며 “이번 추위는 얼굴을 향해 찬바람이 몰아치다 보니 피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반면, 직장인 이준성(29) 씨는 오히려 한파가 낫다고 답했다. 외근이 잦은데 마스크를 쓰고 외근에 나서기에는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 씨는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주 내내 결국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근을 나섰다.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았지만, 이 씨는 미세먼지를 몰아낸 한파가 차라리 반갑다고 했다.
미세먼지와 기록적 한파가 번갈아 찾아오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시민들도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미세먼지를 몰아낸 한파가 반갑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반대로 ‘참기 어려운 한파보다는 대처할 수 있는 미세먼지가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주말부터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된 대륙 고기압은 지난 23일 북극 지방의 한기를 한반도까지 끌어내리며 기록적 한파를 몰고 왔다. 다만, 강한 바람 탓에 중국에서 불어오는 오염물질이 가로막히면서 지난 주말 최대 250㎍/㎥까지 치솟았던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좋음’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날씨는 극적으로 바뀌었지만, 한파와 미세먼지 모두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한파에 기온이 뚝 떨어진 새벽이나 아침에 보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외출하다가 심장마비나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파 때는 혈압이 올라가면서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고혈압 환자 등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나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특히 호흡기 질병인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입원하는 경우가 늘어나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엇갈린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 대조적인 날씨가 교차하면서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인식이 나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과거를 좋게도, 나쁘게도 기억한다”며 “미세먼지가 더 나았다는 반응은 과거를 더 좋게 기억하는 방식인데, 현재 한파가 심하다 보니 과거에서 위안을 찾는 심리의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반대로 미세먼지보다 한파가 낫다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는데, 지나간 과거를 더 나쁘게 기억해 현재가 과거보다 낫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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