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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호주오픈팬들 가장 좋아하는 선수” 왜?
엔터테인먼트| 2018-01-25 10:29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정현은 호주오픈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호주 언론이 한국 테니스 최초로 호주오픈 준결승에 진출한 정현(58위, 한국체대)에 대해 호주오픈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보도했다.

24일 호주 언론 ‘뉴스닷컴은 ‘정현은 호주오픈 기간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로 정현을 집중 조명했다.

그 이유로 이 언론은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을 폭풍에 빠뜨렸다”면서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그의 기량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현 [사진제공=연합뉴스]

정현은 메이저대회에서 활약하는 아시아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아시아계이면서도 유창한 영어 실력과 기지 넘치는 입담으로 호주오픈 팬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있다.

정현이 뛰어난 테니스 기량뿐 아니라 기지 넘치는 언변, 경기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대인의 풍모가 복합돼 팬심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지 언론들은 정현의 언변에 대해 마치 외교관과 같다는 평가마저 내놓고 있다.

과거 서구 귀족들 사이에서 시작된 테니스의 특성상 테니스 대회는 엄격한 예절과 격식이 요구된다. 테니스 선수들뿐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매너가 필수다.

정현은 16강전(상대 조코비치)과 8강전(상대 샌드그렌) 승리 후 잇따라 가진 인터뷰에서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는 ‘예의 있는’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조코비치를 이긴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조코비치는 오랜 나의 우상이다. 조코비치를 따라하려고 했을 뿐이다”라고 말해 좌중을 뒤흔들었다. 자신이 이긴 상대를 오히려 더 높인 격이다.

메이저대회 12회 우승 경력에 빛나는 테니스계의 전설 조코비치를 돌려세운 정현에게 오랜 테니스팬이라면 아쉬움이 생길 법하다. 자칫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면 승리하고도 팬들의 마음을 잃을 수 있다.

조코비치를 ‘영원한 우상’으로 끝까지 존중한 정현의 발언은 이런 팬들의 심리까지 섬세히 감싸안았다. 결국 큰 박수를 받았고, 조코비치 팬까지 자신의 팬으로 끌어들이는 마법같은 효과를 낳았다.

정현의 외교관 같은 수사는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조코비치는 패전 후 기자회견에서 조코비치의 몸 상태를 집중적으로 묻는 기자들 질문에 ‘내 몸 상태가 나빠서 진 게 아니다. 정현이 나를 압도했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승복했다. 자신을 최대한 존중하는 후배 정현에 대해 테니스의 레전드 조코비치 역시 깨끗하게 패배를 승복하는 매너를 보인 것.

팬들 역시 출중한 테니스 실력에 인성도 갖춘 정현을 테니스계의 차세대 주자로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정현이 조코비치와의 경기 중 보인 매너 역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정현이 조코비치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앞서고 있을 때 조코비치는 돌연 신체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해설자들이 조코비치의 몸 상태에 대해 우려했고, 관중들 역시 조코비치의 불편한 모습에 동정심이 일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정현이 조코비치의 약점을 집중 공략해야 할 시점이었다. 게임스코어 4-0. 그런데 이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되자 정현은 조코비치에 추격을 허용해 4-4 상황까지 만들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이 상황을 지켜보던 팬들 역시 우세한 정현이 추격을 허용하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누구도 정현이 자신의 우상이자 세계 테니스계의 전설인 조코비치를 맞아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부상이 염려되는 조코비치에게 연속해서 게임을 내주는 정현의 플레이에 오히려 팬심은 더 정현에게로 기울어졌다.

동점 후 정현은 뒷심을 발휘하며 승리로 이끌었고, 팬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기량으로 상대 선수를 제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선수와 상대편 팬들까지 마음으로 승복하게 하는 정현에게서 ‘대인’의 풍모가 느껴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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