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층 잡으려 어린이집 방문·청년 일자리 점검
- 3월에 청년 종합대책 마련 전망도 제기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 세대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1월 넷째주,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지층 이탈은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동력을 갉아먹는 원인이다. 문 대통령의 행보도 이들을 잡기 위한 일정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 여파가 한국 정국을 ‘혁명의 시대’로 이끌었다면, 문 대통령 집권 2년차인 올해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치세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문제는 연초 불거진 문재인 정부의 가상화폐 대응 혼선과 영어유치원 금지,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돼버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구성 등 추진 정책들이 핵심 지지층 이탈을 가속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시 도동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울 도봉구의 한그루 어린이집을 찾았다. 방문 슬로건은 ‘내 삶이 달라진다’였고 문 대통령은 이 곳에서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아동 비율을 40%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재는 10명중 1명 가량, 구체적으로는 13% 안팎의 아동만이 국공립 유치원에 다닐 수 있다.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늘리게 되면 이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은 30~40대 국민에 돌아간다.
문 대통령은 이 곳에서 “국공립유치원․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신 분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25일에도 문 대통령의 행보는 ‘청년’에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날 회의는 평소 문 대통령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질책’ 형태의 회의가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인구 구조의 변화로 더욱 어려워질 청년 일자리 문제에 향후 3~4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또 정부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해당 회의 자리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은 물론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에서 발탁된 젊은 청년들에 언론까지 함께 하고 있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이같은 공개되 회의 석상에서 장관들을 향해 ‘똑바로 하라’는 질타의 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청년층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확인케 하는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20~40대다. 취임 초기 80%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은 20대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95%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던 덕붙이 컸다. 이외에도 30대 역시 90% 40대도 80% 안팎의 비율로 문 대통령을 지지해줬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층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지지철회가 감지되는 곳도 바로 이 세대다.
한국갤럽이 지난 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응답은 64%, 부정 평가 응답은 27%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긍정평가는 3%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3%포인트 상승했다.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주전 73%였으나 불과 2주만에 9%나 하락했다. 64% 지지율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눈에 띄는 것은 20대에서의 지지율 하락세다. 지난주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75%였으나, 이번주에는 68%로 7%포인트나 떨어졌다. 30대는 1%포인트 하락한 81%, 40대는 2%포인트 하락한 73%였다.
지난 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조사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p) 역시 대동소이하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한 주 전보다 4.6%p 내린 66.0%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층인 20·30 세대의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30대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9.9%p 내린 73.1%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초부터 시작된 리얼미터의 주간 여론조사에서 30대의 국정 지지율이 7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대(19~29세)의 지지율도 71.3%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향후 정책 행보 역시 이들 세대를 중심에 둔 정책들이 다수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국정을 운영할지에 대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년 일자리점검회의에서 ‘2월에 보겠다’는 말도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농담섞인 말’이라 전했지만, 문 대통령의 질책을 들은 직후여서 현장에서 이 말을 듣고 웃은 사람은 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다 떨어진 것에 대한 요인을 잘 분석해 보강하는 것이 의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여러 정책을 보완하고 다시 더 신뢰받을 수 있게 하겠다. 지지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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