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종 다양성 공존만이 대안
과학기술로 복원 위험한 생각
인류의 시대 근본해결책 필요
‘지구 절반을 허하라’
20세기 대표적인 지성으로 생물의 종 다양성을 넓히는데 평생을 바쳐온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파멸 직전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제시한 새로운 목표다. 지표면의 절반을 보전 구역으로 설정해 자연을 이루는 숱한 생명체를 구하자는 제안이다.
왜 4분의 1이나 3분의 1은 안되고 절반이어야 할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표면의 절반을 보전하면 생태계들이 전부 다 온전하게 들어가고 구성 종들도 대부분 구할 수 있다. 지구의 안전지대인 셈이다. 최근 보전 노력 덕에 몇몇 종은 멸종률이 줄었지만 찔끔찔끔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환경보전은 위기종이나 서식지를 구하는 데 급급했다. 이젠 불안과 두려움을 완전히 없앨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게 윌슨의 주장이다.
“지구의 생명체가 얼마나 다양한지 과학은 아직 거의 모른다.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큼 발견되고 연구된 종들, 특히 척추동물과 꽃식물은 점점 더 빠르게 수가 줄어들고 있다. 거의 전적으로 인간활동 탓이다.”(‘지구의 절반’에서) |
윌슨은 ‘인류세 3부작’의 마지막 책인 ’지구의 절반‘(사이언스북스)에서 ‘인류세’라는 지구 파괴의 시기에 처한 문제를 진단하고 점차 사라져가는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와 가치를 들려주며, 지구 구하기의 실천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구는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기가 임박했다. 6500만 년 전, 지름 12킬로미터의 소행성이 현재 중앙아메리카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 해안에 충돌한 것이 다섯번 째 사건이다. 1만 1700년 전에 시작된 신생대의 마지막 세인 홀로세도 끝나고 학자들은 현재 지구를 새로운 지질시대, 즉 ’인류세‘(인류의 시대)로 부른다. 인류의 전 지구적 파괴를 여섯번 째 멸종으로 부르는 것이다.
윌슨의 멸종보고서는 긴박한 경고음을 발산한다.
100년 전, 수백만 마리였던 코뿔소는 현재 전 세계에 2만7000마리 남아있다. 이 중 북부흰코뿔소 중 한 마리가 지난 2014년 사망하면서 북부흰코뿔소는 단 여섯마리 뿐이다. 이들은 늙어가고 있고 자연수명을 고려할 때 2040년이면 마지막 개체가 죽을 게 확실시된다. 검은코뿔소의 서부 아종은 완전 멸종했다. 코뿔소의 멸종을 부채질한 건 중국 한방에서 성기능 장애와 암 등 질병을 다스리는 데 쓰이면서다.
침입종은 멸종에 치병적이다. 윌슨은 어떤 종류든 간에 외래종의 유입을 허용하는 것은 ‘생태학판 러시안룰렛’을 돌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대개 10종이 유입되면 그 중 하나가 야생으로 탈출하고, 그렇게 탈출한 하나는 해를 입힐 만큼 마구 불어나서 퍼진다. 바로 침입 생물학의 ’10의 법칙‘이다. 척추동물은 대략 네 종 중 한 종 꼴이다.
저자는 최근 미국 모바일 강 유역에서 사라진 민물조개 19종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고 정화작용 등 가치를 상기시키며 살아있는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무척추동물, 연체동물에게도 관심을 둘 것을 촉구한다.1만8200종 가운데 어느 종 집단의 수를 크게 줄여도 생물상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법한 생물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가 일으킨 생태적 혼란을 부수적인 피해 정도로 여기는 ‘인류세 지지자’들의 낙관론에도 경종을 울린다.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고, 과학기술로 종 복원을 통해 인류세만의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은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기 위한 오직 안전한 대안은 단 하나,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의 공존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 남부 팬핸들의 100만그루 왕솔나무 숲 조성과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곳에서의 한경 복원작업은 생물종의 회복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사회의 복지에 기여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자연사 학자 18명과 함께 선별한 ‘생물권 최고의 장소’ 15군데를 소개한다. 미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 숲을 비롯, 북아메리카 대륙 남부의 왕솔나무 사바나, 멕시코 마드레 산맥의 소나무, 참나무 숲,쿠바와 히스파니올라 등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며, 연구 및 보호 가치가 현저한 지역들로 국가와 대륙을 넘어선 인류의 보전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곳이다.
저자는 이런 보수주의적인 보전활동이 과학기술의 진보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디지털혁명 등 기술발달에는 생물다양성을 높이거나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효율화, 디지털화는 생태발자국의 크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저자의 메시지는 일관되다.
“좋든 싫든, 준비가 되었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생명 세계의 마음이자 청지기다. 우리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그 점을 이해하는 데 달려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