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현장에서]색깔론으로 과거 회피하는 구태 이제는 벗어나야
뉴스종합| 2018-02-06 11:11
“때 아닌 색깔론이다. 발언을 취소하라.”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이다.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대북 정책을 비판할때마다 등장하는 ‘역 색깔론’의 대표적인 수사다. 자신들의 대북관, 세계관이 공격받을 때 ‘색깔론’이라는 단어를 덧씌워 상대를 ‘구태’로 몰아 상황 자체를 모면하는 ‘소피스트 식’ 정치법이다.

현 집권 세력의 핵심 중 하나는 과거 ‘주사파’로 불렸던 학생운동, 재야운동 세력이다. 김일성의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빈부격차와 남북분단 같은 세상의 모순은 전적으로 미국의 식민 정책 때문이라는 ‘해방신학’에 빠졌던 그들이다. 대한민국의 모순과 문제는 미국을 몰아내고 ‘우리민족끼리’ 손을 잡으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지금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들이 대학 총학생회장, 전대협 의장으로 활동한 지도 30년 전이다. 그들은 제도권 정치로 들어왔고 심지어 정권도 잡았다. 그 사이 그들의 과거 행적과 사상은 시비거리에서 벗어났다. 간혹 반대 정파에서 물어보지만 ‘색깔론’이라며 답을 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 풍경이 대표적인 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 자신들의 달력에조차 휴일, 기념일로 표기하지 않은 날에 갑자기 대규모 열병식을 열겠다고 나선 북한에 항의할 의향이 없다는 정부 당국자를 질타하는 야당 의원에게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색깔론’이라며 공격했다. 우리는 앞서 수십년동안 해온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이례적으로 연기해놓고, 정작 북한에는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이 진부한 색깔론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당시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북핵 등으로 외교적 마찰음이 커졌던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의 과거 행적과 이념을 문제삼았다. 이에 당사자는 “그게 질의입니까? 매우 유감입니다”라는 답으로 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과거 자신의 신념이 지금도 유효한지 묻는 질문에 “당신은 그때 뭐했냐”고 반문하며 비껴간 것이다.

최근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20대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과 관련된 반응이다. 이들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출전 기회를 박탈당한 우리 선수들의 ‘공정성’ 문제에 청년들이 분노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시간을 두고 국민들에게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공감대가 높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한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과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여전히 20대 젊은 층의 마음을 못 읽은 결과다. 그들은 북한, 그리고 중국에게 끌려다니는 정부의 태도 자체에 반감이 크다. ‘평양올림픽’이라는 야당의 공세가 먹혀들어가고, 또 인터넷에 올라온 ‘평창 유감’이라는 노래가 수십만 클릭을 끌어낸 이유다. 현 정부의 색깔에 대한 의구심이다. ‘색깔론’이 그들을 지지했던 젊은 층의 이반을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백주대낮에 백령도를 공격하고, 핵 실험을 하는 북한을 보고 자라온 요즘 세대에게 30년전 그들의 사상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북한에 무슨 약점을 잡혀 그렇게 끌려다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요즘 20대의 목소리다.

순수하게, 진정으로 남북의 평화를 원하고, 또 나아가 통일을 바란다면, 그 부담을 짊어져야 할 20대 젊은이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주워진 ‘색깔론’을 더 이상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평양올림픽’ 논란은 앞으로도 북한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나 계속될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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