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10잔 이상 음주” 대학생 38%…여성도 33%
-“주 2회 이상 술 마신다” 여대생, 성인 여성의 3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얼마전 한 대학 신입생이 학과 대면식에 참석해 술을 마시고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잇었다. 경찰에 따르면 2016년 3월 22일 오전 7시쯤 대전 동구의 한 원룸에서 대전 모 대학교 신입생 A(20)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원룸 주인인 학과 동기 B 씨가 발견해 119 구급대에 신고했다. A 씨는 전날 오후 6시부터 8시쯤까지 학교 인근 주점에서 진행된 학과 대면식에 참석해 선ㆍ후배 80여 명과 함께 소주를 나눠 마셨다. A 씨는 대면식을 마친 후 B 씨의 자취방에서 함께 잠을 잔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22일 오전 2시쯤 A 씨의 토사물을 치우고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에 A 씨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례는 해마다 이맘때면 뉴스에서 접할 수 있었던 모습이다.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환영식 등에서 못 이기는 술을 마신 뒤 목숨까지 잃는 신입생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안타까운 풍경이었다.
[사진=해마다 이맘때면 대학가에서는 각종 술자리가 늘고 있다. 하지만 폭음하는 대학생의 음주 문화는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출처=헤럴드경제DB] |
이에 정부와 대학가 등에서는 ‘음주 문화 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폭음하는 대학생의 음주 문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학생 음주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번에 10잔 이상 술을 마신다는 대학생의 비율은 38.4%로, 2009년(26.0%)보다 크게 늘었다. 폭음하는 여학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과도한 음주는 음주운전, 주폭을 야기하고, 알코올 중독, 각종 간 질환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학생 사이에서 올바른 음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82개 대학ㆍ전문대 학생 5024명을 대상으로 연세대 보건정책및관리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실시한 ‘우리나라 대학생의 음주행태 심층조사’에서 이 같이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남녀 대학생의 1회 음주량(최근 12개월간 1회 음주량)과 고위험 음주율(한 번에 남자 7잔ㆍ여자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신 경우) 모두 성인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회 음주량의 경우 한 번에 ‘10잔 이상’을 마셨다는 남자 대학생은 44.1%에 달했다. 이는 19∼29세 남성(32.5%), 전체 성인남 성(21.9%)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여자 대학생 역시 한 번에 10잔 이상 마셨다는 응답이 32.8%로 19∼29세 여성(17.5%)이나, 전체 성인 여성(6.2%)보다 높았다.
9년 전인 2009년 조사에서 한 번의 술자리에서 10잔 이상 마신다는 응답이 2009년 기준 남자 대학생은 35.4%, 여자 대학생은 15.5%였다. 즉 한 차례 술자리에서 10잔 이상 술을 마신다는 응답이 9년만에 남자 대학생은 1.25배로, 여자대학생은 2.1배로 늘어났다.
한 번에 7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신다는 고위험 음주율의 경우 남자 대학생은 23.3%로, 19∼29세 남성(17.7%), 전체 성인 남성(21.2%)보다 높았다. 여자 대학생은 17.2%로, 19∼29세 여성(9.6%), 성인 여성 전체(5.4%)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만 최근 12개월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비율을 뜻하는 월간 음주율은 소폭 줄었다. 남자 대학생의 월간 음주율은 2009년 87.9%에서 2017년 78.0%로, 여자 대학생의 경우 82.6%에서 72.9%로 감소했다.
대학생 음주 횟수는 소폭이나마 줄었으나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음주 문제가 빈도보다 음주량에 있다는 방증이다. 조사를 담당한 연구소의 박은철 소장(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대학생은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출발점이이다. 적절한 음주 교육을 바탕으로 올바른 음주 행태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특히 좋지 않은 음주 습관에 노출되기 쉬운 여대생 집단에 대해 집중적 모니터링을 통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