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국민 걷기 여행길 ‘경칩 트레킹코스’
산·호수 아우르는 조망 일품 충주 종댕이길
석포리 광활한 갯벌이 한눈에 강화 나들길
시간·생태 여행 두토끼 잡는 강진 바스락길
밤바다·漁歌로 눈·귀 사로잡는 남해 바래길

충주의 충주호, 제천 사람들의 청풍호, 단양 옥순봉 앞 남한강은 모두 같은 물, 남쪽 한강이다. 제천, 충주의 트레킹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면 산줄기가 남한강으로 악어 머리 들이밀듯 강으로 뻗어 리아스식 해안 같은 기기묘묘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충주-제천-단양 어디에서 보아도 앵글만 다를 뿐, 바다 없는 한반도 중원의 젖줄인 남한강은 하나이다.

성급한 봄 여행자들이 길섶을 지나는 동안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깰 것이다. 6일은 바로 그날, 벌레가 기어나오고, 개구리가 깬다는 경칩(驚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개구리 겨울잠을 깨우는 트레킹 코스들을 3월의 국민 걷기 여행길(durunubi.kr/)로 선정했다.

제천 청풍호자드락길 2코스 정방사길

▶중원의 선계= 제천 청풍호자드락길 2코스 정방사길은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의 풍경이 모두 아름답다. 능강계곡에서 출발해 도착지점인 정방사까지 편도 약 1.6㎞ 코스이다. 눈이 녹아내려 봄물이 깊어진 계곡의 물소리, 물살을 견디는 바위들의 인내, 너럭바위의 안정감, 바위에 뿌리 내린 나무들의 생명력이 어우러져 생동하는 자연을 감상하는 곳이다, 두어달 움츠렸다 외출한 여행자에겐 선계(仙界)가 따로 없다.

충주 종댕이길은 산과 호수를 아우르는 길이다. 계명산은 충주의 진산 격으로 생김새가 수려하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충주호 조망이 일품이다. 계명산의 한 자락이 충주호를 향해 주먹처럼 튀어나왔는데, 이 작은 봉우리가 심항산이다. 종댕이길은 심항산을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충주호를 감상하는 호젓한 숲길이다. 길은 산의 굴곡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고, 도처에 전망대가 있다. 코스 중에는 생태연못, 팔각정, 출렁다리, 휴양림이 있어 재미도 있고 머리도 맑아진다.

▶평화와 화해의 김포,강화= 숱한 감동을 빚은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가치는 평화이다. 경기도 김포의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은 서해를 통해 한성으로 드나들던 배들이 물때를 기다리며 정박하던 조강리마을을 지난다. 김포 최고봉 문수산성 장대에서 내려다보는 조강과 염하강의 장쾌한 파노라마 속에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이 교차한다.

올해의 관광도시 강화 나들길 11코스는 석모도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길이다. 석포리 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시커먼 갯고랑 너머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제방길을 따라 보문선착장과 어류정항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을 통과한다. 숲길 끝에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인 민머루해변이 자리한다. 보문사 500나한의 모두 다른 표정에서 역지사지, 화해의 마음을 다스린다. 시내로 나와 강화의 청년몰 관광플랫폼에 들르면 고려 의복 체험을 할수 있다.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

대구 올레(팔공산 올레길) 4코스 평광동 왕건길은 100년 전통의 청정사과인 ‘평광사과’의 재배지를 따라 이어진 트레킹코스로, 사과향과 내내 동행하는 듯 하다. 평광동 입구의 효자 강순항나무를 출발해 작고 아담한 저수지인 평광지를 거쳐 신숭겸장군의 영각과 유허비가 있는 모영재를 왕복하는 7.4㎞이다. 근육질의 사과나무에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는 3월이 예쁘다.

진해그림로드 2코스 천자봉해오름길

▶남해안 코리아둘레길= 영-호남 통합의 길이 될 남해안 해변로는 머지 않아 동해안 해파랑길 처럼 ‘코리아둘레길’의 한 축으로 완성된다.

전남 강진 바스락길(남도명품길) 1코스는 만덕산을 지난다. 백련사와 동백나무숲, 다산 정약용의 유배처였던 다산초당이 있어 시간여행, 생태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가 우정을 나누며 오가던 길도 만난다. 길은 만덕산을 지나 석문산으로 이어지는데 55번 지방도 때문에 단절된 구간은 구름다리를 놓았다. 남도명품길은 끝내 해남의 땅끝에 닿는다.

남해안의 가운데 지점, 남해 바래길 4코스 섬노래길은 미륵이 늘 돕는다는 미조(彌助) 마을을 거친다. 밤바다의 아름다움과 멸치잡이 어부들의 노래가 시청각을 사로잡는 미항이다. ‘섬노래길’로도 불린다. 남해 아낙들이 갯것을 잡으러 나가는 일을 ‘바래 간다’고 해서 바래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의 춘삼월 상징은 동백 보다 벚꽃이다.

진해드림로드는 진해시 시절 임도였던 안민도로를 활용해 만든 걷기 길이다. 제2코스 천자봉해오름길은 복숭아나무, 대나무, 편백나무, 남천, 벚나무 등 다양한 수종에 둘러싸인 채 산세를 따라 부드럽게 굽어 돈다. 길을 걷는 내내 진해와 그 앞바다가 발 아래로 아름답고, 웅산을 중심으로 천자봉과 장복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지며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