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세안, 성장엔진 부재 등이 M&A 늘려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ㆍ합병(M&A) 속도가 무섭다. 몸집 불리기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들어 M&A 가속화로 이미 1조달러를 넘어서면서 같은 기간 최고 속도를 보였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영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광푸먼] |
세계 경제 회복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해 법인세 인하를 결정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이익 증가와 해외 이익금 환입 부담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다.
예컨대 미국 보험 및 헬스케어회사인 시그나는 미국 최대 보험약제관리회사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홀딩스를 인수했다. 인수 비용은 익스프레스 스크립트의 부채 약 150억달러(약 16조1100억원)를 포함해 670억달러(약 71조9580억원)에 달했다.
독일의 대표적 에너지 기업 에온(E.ON)은 경쟁사인 RWE의 자회사인 이노기(Innogy)를 430억유로(약 56조4540억원)에 인수했다.
또 세계 최대 케이블 TV 방송사인 컴캐스트(Comcast)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Sky Plc)를 221억파운드에 인수를 추진 중이다.
투자은행 센터뷰 파트너스의 블레어 에프론 공동 창업자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기업 경영자들이 경기를 낙관하면서 여러 업종에 걸쳐 인수합병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M&A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고 2007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2% 증가했다.
올들어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M&A 규모는 3250억달러에 달해 18년래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영국의 거래는 1년 전과 비교해 배가 증가했으며, 독일은 무려 4배 증가했다.
이같은 거래 증가 원인과 관련해 JP모간의 아누 아이옌가 북미 M&A 대표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지만 성장을 위한 대형 호재가 없다”면서 “인수합병이 성장 촉진의 한 방안으로 시장에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의 제동은 M&A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퀄컴에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브로드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보안’을 이유로 저지하면서 IT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거래가 무산됐다. 브로드컴은 1420억달러(약 153조원)를 인수가격으로 제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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