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말들이 경쟁하듯 난무하고 있다. 되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하는 ‘막말’과 남을 비웃거나 얕보고 놀리는 ‘조롱’, 남을 업신여기어 낮추는 ‘비하’, 남을 모욕하거나 저주하는 ‘욕설’ 등이 그것이다.
정치판은 물론 공직사회나 기업, 학교, 병영, 일반시민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도처에서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원색적인 막말을 쏟아내며 이웃과 직장 그리고 사회에 충돌과 원한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듯 막말과 조롱에 울분을 참다못해 칼부림을 하거나, 인격적 모멸감에 시달린 젊은 병사와 근로자 그리고 노인과 촉망받던 엘리트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안타까운 일로 이어지고 있음은 그 한 단면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언어 폭력’에 기인한 사회적 상처를 치유함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이 막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제1야당인 한국당 수석대변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16일 울산지방경찰청이 아파트 건설현장 비리 수사와 관련해 울산시청 비서실을 압수수색하자 ‘경찰이 사냥개를 자임하고 나선 정치공작’,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등 경찰을 속담 속 개에 비유하는 듯한 비하 발언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도 그 누구의 아들이자 누구의 부모ㆍ형제이며 당당한 국민이다.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은 인격과 인권을 지닐진데 한 나라의 경찰을 향해 거침없이 개로 칭하거나 개와 비교ㆍ비유함은 그 어떤 경우라도 온당치 못한 표현이다. “개는 개요, 사람은 사람이다”. 장제원 의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마땅하다. 경찰도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는 도량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이번 ‘미친개’ 발언 파문이 경찰과 검찰을 ‘견찰(犬察)’로, 국회의원을 ‘국개의원’ 등으로 비하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에도 자숙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남의 조직이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세상을 혼탁케 하는 언어 폭력에는 개인의 법적 방어보다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대응이 더 긴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이에 언어 폭력으로 인한 시회적 폐해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국무총리 또는 사회 원로층이 중심이 되는 ‘막말 순화 범국민운동’의 전개를 제안해 본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프로필= 한국범죄정보학회 민간조사학술융합위원장, (전)경찰청 치안정책평가위원, 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 경찰학강의 10년, 치안정보 25년(1999,경감). 저서: 탐정학술편람, 사설탐정(사립탐정) 민간조사의 實際, 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 경찰학개론, 정보론, 선거론 외 공인탐정(민간조사원) 및 탐정법(공인탐정법), 탐정업(민간조사업) 등 탐정제도와 치안ㆍ사회 관련 300여편의 칼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