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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김기식 논란에 ‘정공법’…개혁인사 무산위기에 ‘고뇌’ 드러내
뉴스종합| 2018-04-13 14:17
-“과감한 선택일 수록 비판과 저항 두려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서면 메시지를 통해 인사논란에 적법한 절차 및 조사로 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통령 메시지’라는 보다 무거운 형식을 통해 인사논란에 특정 절차에 따라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 본부장 인선과정에서 인선배경을 다시 설명하고 여론의 재평가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해당 입장은 서면이 아닌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인사논란에 대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외부에서 발탁된 인사에 대한 여론 및 사회의 반발을 ‘정리’하고 개혁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개혁인사의 무산위기에 대한 ‘임명권자’의 고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 원장을 정당성을 갖춘 ‘개혁인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외부 충격에 의한 개혁이 금융분야에 필요하다는 인식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해임’이 아니라 ‘사임토록 하기겠다’고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김원장의 행위가 위법하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해임하는 대신 김 원장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해임’을 택하면 문 대통령의 인사가 당초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원장에 앞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본부장 등도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김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을 비롯해 더미래연구소 후원금 관리논란이 거세지면서 청와대는 “사퇴는 없다”던 입장을 “조사 결과에 따라 거취를 논의한다”로 바뀌었다. 청와대는 전날 선관위에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의 퇴직금을주는 행위 ▷피감기관이 비용 부담한 해외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의 해외출장 ▷해외출장 중 관광 등 4가지 사안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검찰은 전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김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했다. 남부지검은 이날 오전 우리은행과 한국거래소, 더미래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전략적 우군’이었던 정의당과 김 원장의 ‘친정’인 참여연대도 김 원장 임명에 부정적인 기류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도 언론과 야당이 김 원장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국민정서’에 따라 인사를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에 대한 검찰수사와 선관위 유권해석은 향후 문 대통령의 인사에서 ‘객관적 위법성’과 ‘평균적 도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사임에는 ‘객관적 위법’과 ‘평균 이하의 도덕성’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적법성’과 ‘도덕성’에 대한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문제가 되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적법성에 문제가 없어도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전날 국회 피감기관 16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19ㆍ20대 국회에서 이뤄진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65건)보다 자유한국당(94건)이 더 많다고 밝혔다. 또 김 원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별 출장을 간 경우도 모두 10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김 원장의 행위가 당시 국회의 관행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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