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주담대 받은 경우
순위 밀려 보증금 떼일수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올 입주물량이 크게 늘며 몸값을 크게 낮춘 전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 아파트에서 싸게 전세살이를 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만 믿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헤럴드경제가 19일 서울 잠실 일대 중개업소를 파악한 결과 올해 말 입주 예정인 헬리오시티의 전용84㎡ 전세가격은 7억원대부터 최고 9억원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동과 층에 따른 차이는 당연하지만 폭이 너무 크다. 같은 동, 엇비슷한 층이라도 가격차가 억 단위로 달랐다.
시장에선 ‘세입자 구하기 대란’을 의식한 집주인들이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호가를 제시하면서 아직 적정한 전세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중개업소나 집주인이 떠보기식으로 호가를 남발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집주인 융자 탓이다. 새 아파트는 초기 계약금과 중도금만 있으면 된다. 입주에 맞춰 전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잔금대출을 충당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그마저도 제때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자칫 전세보증금과 자기자본만으로는 잔금대출을 막을 여력이 되지 않는 집주인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집주인들은 최악의 경우 입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조합원 물량은 이주비 대출까지 껴 있어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충당해야하는 자금부담이 더 커진다. 이 경우 전세입자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을 받은 뒤에 전입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이 1순위가 되고 세입자는 2순위로 밀린다. 자칫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턱없이 싼 전세는 이 위험을 감수한 대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금으로 대출도 못 갚을 정도의 집주인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1순위가 아니면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도 안된다”며 “대출이 많은 집에 전세를 들어가려면 집주인이 전세금으로 대출을 상환한다는 조건을 꼭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기자본으로 집값과 전세금 차이조차 감당할 수 없는 집주인이 버티지 못하고 매도에 나서면 매매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집주인의 얼마나 될지,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자금조달 비용은 얼마인지 명확하지 않아 섣부른 전망은 어렵다. 다만 금리상승으로 이자부담은 커지는데 기대 시세차익이 크지 않다면 매도에 나설 집주인이 점차 늘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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