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오프라인 유통 희비…백화점ㆍ마트 지고, 전문점 뜨고
뉴스종합| 2018-05-04 09:32
-전통적 대형유통점 출점 제로, 있던 매장도 폐점
-유통 규제ㆍ시장포화ㆍ온라인몰 부상 등 삼중고
-차별화 내건 전문점은 성장세…올해도 광폭행보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전통적 대형 유통점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신규 점포 출점은 커녕 있던 점포도 줄여가고 있다. 이 가운데 차별화 상품과 특화 카테고리를 내세운 전문점은 출점ㆍ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 대기업은 지난해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신규 점포를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통 규제 강화와 오프라인 시장 포화,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 격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안양점 폐점을 예고하며 처음으로 부실 점포 정리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올해 양평점을 신규 오픈하긴 했지만 점포 확장 일환으로 보긴 힘들다. 2012년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상인회 반발로 표류하던 중 겨우 오픈한 곳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역시 임차계약이 만료되는 매장을 중심으로 점포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롯데슈퍼도 지난해 464곳이던 점포 수가 올해 4월 기준 460곳으로 줄었다.

신세계그룹의 대표 유통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백화점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출점 계획이 없다. 이마트는 지난해 장안점과 울산 학성점을 폐점하면서 점포 수가 24년만에 처음 줄었다. 올해는 이르면 상반기 중 부평점과 대구 시지점이 문을 닫는다. 지난 2월 매각한 일산 덕이점도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적 대형 유통점들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전문점들은 출점 수ㆍ매출 등에서 모두 성장세를 달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이마트가 운영하는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 내부 모습. [제공=이마트]

대신 유통 대기업들은 전문점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운 업태의 이들 유통점은 아직 출점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이유가 크다. 또 전문점들은 특화 상품으로 차별화에 나서면서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 해외직구 활성화 등에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냉동식품 전문 매장 ‘프리지아’ 2호점을 지난 3월 서울 은평구에 냈다. 1호점은 지난해 8월 서초구에서 문을 열었다. 바쁜 1~2인가구와 혼밥족 확산에 착안한 점포다. 매장에 구비된 냉동식품과 간편식은 1900여종에 달한다. 은평 프리지아 오픈 후 5일간 하루 평균 매출은 일반 슈퍼 점포의 3배를 넘어섰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뷰티 전문 편집숍 ‘시코르’는 올해에만 5개 점포를 오픈했다. 2016년 12월 첫 매장(대구신세계점)을 낸지 1년5개월여 만에 11호점을 오픈했으니 한두 달에 한번꼴로 문을 연 셈이다. 6월 초에는 경기점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연말까지 20호점을 내겠다는 목표다. 매출과 관련해 정확한 수치 공개는 어려우나 목표 대비 10% 초과 달성 중이라고 신세계 측은 설명했다.

이마트의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도 올해 5개 점포를 열었다. 5일에는 23호점 연수점을 오픈한다. 2017년 이전 오픈한 일렉트로마트 10개점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1~3월 기준으로 10.0% 평균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만 꾸려진 ‘노브랜드’는 출점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2016년 8월 오픈한 노브랜드는 2017년 한해에만 100여개 점포를 출점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5월 현재 120여곳을 운영 중이다. 지역상권과 협의 문제 등 오픈에 변수가 많아 구체적 출점 목표는 정해두지 않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출점 성장세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불황으로 소비를 줄이는 와중에도 관심 분야, 이색 분야에 대해선 여전히 수요가 존재한다”며 “전문점, 편집숍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등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유통업체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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