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국회 때문에 근로자 8만명 여행 못가, 2만명만 휴가지원
라이프| 2018-05-10 13:24
지자체 도로 하나 닦는데 100억 드는데…,
감성정책 외면 ‘식물국회’ 수십억 증액 난색
일과 가정 양립 ‘워라밸’ 열풍 속 5:1 경쟁
고민하던 정부-관광공사, “내년 대폭 확대”
“휴가비 주겠다” 중소기업 호응에 국민 갈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불과 몇 십억원의 예산으로 휴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근로자들에게 가족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이 폭발적인 호응속에,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의 고민끝에 2만명을 가렸다.

그러나 8만명은 잘도 놀러다니던 국회 때문에 이번에도 여행의 꿈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

지원한 근로자는 10만명인데, 국회가 ‘국민의 마음을 보듬는 감성 예산, 감성 정책’의 트렌드를 도외시 하지 않고, 불과 100억원의 신청 예산을 20억원으로 감액하지만 않았다면, 추후 증액요구를 들어주기라도 했었다면, 그간 여행 못가던 모든 신청 근로자들이 이번 제도의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근로자 20만원, 사업주 10만원, 정부 10만원으로 중-저소득층 근로자의 가족여행 갈 기회를 주는 이 제도는 ‘국민 모두의 쉼표있는 삶’을 위한 핵심 제도였다.

웬만한 기초단체의 도로 하나 닦는데 100억원이상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 휴가지원제도는 100억원만 갖고도 국민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었던 것이어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사업주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휴가비 지원의지는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국민적 호평을 받고 있다.

4년전 시범사업때 정부 ‘마중물’의 10배에 육박하는 경제효과가 발생해 전문가들 사이에 최고의 ‘생산적 복지’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퍼주기’라는 몇몇 정책주도자들의 탁상행적식 반론에 막혀 시행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에 몇십억원만 더 쓰면 되는 이 제도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사장직무대행 강옥희, 이하 공사)는 올해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에 참여할 *2천개 기업의 2만명 근로자를 최종 선정하고 기업별 통지 및 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였다고 10일 밝혔다.

최종 선정기업 및 근로자 수는 1954개 기업에 1만9956명(기업단위 선정)이다. 이 중에서 중기업은 208곳, 6969명, 소기업 469곳 6955명, 소상공인 1277개 기업 5992명이 포함돼 있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 다니며 애사심, 동료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가족과 함께 휴가 갈 시간에도 일을 하던 근로자들이다.

지원가능 인원 2만명 대비 참여신청 인원은 10만4512명이었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국회의 비협조에도 불만을 내색하지 않은채 어떻게 하면 정말 휴가 못간 근로자들이 그간 고생했던 딸, 아들,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가도록 할수 있을까 고민과 숙고를 거듭해야 했다.

문체부와 공사는 모집 공고문을 통해 사전에 밝힌 바와 같이, 기업규모 및 직원 참여율 등을 반영해 참여기업을 선정했으며 직원 참여율이 100%인 기업만으로도 지원가능 규모(2만명)를 초과한 3000여개 기업 3만명을 넘겼다.

꼭 가족여행을 보내줬어야 할 근로자들이었다.

7만명에 이어, 결국 추첨을 통해 1만명이 또 탈락하는 모습을 문체부 공무원과 한국관광공사 임직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참여기업의 근로자들은 기업이 적립금 입금 등의 절차를 마친 후 오는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사업 전용 온라인 몰에서 국내여행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용 온라인 몰에서는 국내여행 패키지 상품, 숙박시설, 관광지 입장권 등 국내여행 시 필요한 다양한 품목들을 예약 및 구매할 수 있으며 위탁운영사로 선정된 SK엠앤서비스에서 공동으로 운영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참여 근로자들이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에 만족할 수 있도록 전용 온라인 몰의 상품구성이나 품질관리, 그리고 가격경쟁력 등에 대한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내년도 사업 참여기업 및 근로자 모집은 2019년 2월 중에 실시할 예정으로 올해 참여신청 규모가 10만명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여 내년에는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더 많은 기업 및 근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하공업전문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김재호 교수는 “직장 내 자유로운 휴가문화 조성을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국내여행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번 사업의 취지를 감안하면 희망하는 모든 기업 및 근로자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루 속히 세제혜택 등의 간접지원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수없이 다녔던 국회의원들이 몇년간 가족과 함께 휴가 못 간 저소득층 근로자의 ‘쉼표 있는 삶’ 조차 외면하자,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이 계속나오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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