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 기념작 선택
이탈리아 연출진과 함께 2년간 준비
화려한 무도회·비극적 죽음 극적 대비
알폰스 무하 그림 포스트 활용도 눈길
작품명은 춘희, 극장은 명동 한복판에 있던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이었다. 때는 1948년 1월, 광복 직후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던 시기였다. 성악가 이인선이 이끄는 ‘국제오페라사’는 현제명을 중심으로 조직된 ‘고려 교향악단’과 함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번안, ‘춘희’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이다.
관객들은 열광했다고 당시 뉴스는 전한다. 무대에 섰던 성악가들도 관객들 누구 하나도 오페라를 제대로 몰랐지만 닷새의 공연은 첫 날부터 객석이 꽉 들어찼다. 낮공연과 밤공연 10회의 공연이 모두 매진이었다고 한다. 이후 쏟아지는 재공연 요청에 4월에 두번째 무대를 올렸다.
대한민국 오페라 역사를 시작한 작품 ‘라 트라비아타’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글로리아오페라단(단장 양수화)은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과 글로리아오페라단 창단27주년 기념으로 오는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단장은 “라 트라비아타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작품 중 하나”라며 “한국 오페라를 시작한 작품이라서, 이탈리아 연출진과 함께 2년전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에서는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사교계의 여인 비올레타와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사랑과 이별, 죽음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백 아가씨’가 원작이다. 당시 사교계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마리 뒤프레시를 모델로 소설화 했다고 전한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이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과 창단 27주년을 맞아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라 트라비아타’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다. 작은 사진은 글로리아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포스터로 알폰스 무하의 ‘동백 아가씨’ 포스터를 차용했다. [제공=글로리아오페라단] |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며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는 비올레타엔 라 스칼라 극장에서 데뷔한 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미하엘라 마르쿠와 한국인 최초로 미국 교수협회 콩쿠르 1위에 입상한 소프라노 김지현이 맡았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청년인 알프레도 역에는 라 스칼라극장과 베로나 아레나극장 등 세계전역에서 활동 중인 테너 파브리지오 파에사노와 동양인 최초로 프라하국립오페라단 ‘삼손과 데일라’ 공연에서 삼손 역을 맡은 테너 김기선이 맡았다.
파리의 상류층 무도회장이라는 화려함의 극치와 비올레타의 비극적 죽음이 극단적으로 대비돼 드라마틱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게 오페라단측의 설명이다. 양수화 단장은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로 1막의 ‘축배의 노래(Brindisi)’를 꼽았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멜로디로 흥겨운 파티, 축제의 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3막의 아리아 ‘찬란한 추억이여, 안녕(Addio del assato)’도 빼놓을 수 없다. 병으로 죽어가는 비올레타가 과거 자신의 삶을 떠올리며 부르는 회한의 노래다.
‘라 트라비아타’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번 포스터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체코 화가이자 아르느보 양식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알폰스 무하가 그린 여성의 옆모습이 일부 쓰였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연극 ‘동백 아가씨’의 포스터에서 차용한 것이다. 오페라단측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했던 당시 사회상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원작에 충실하지만 영상 등을 활용해 현대적 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