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영 최현만·조웅기 ‘투톱’
해외법인 자본금 늘려 전열정비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현주<사진>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Global Investment Strategy Officer)으로 물러났다.
박 회장은 다만, 올 3월 취임한 홍콩법인 비상근 회장직은 유지한다.
박 회장이 국내 경영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은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전문가 경영인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국내에선 계열사 부회장과 대표이사가 (각 계열사를) 책임 경영 하도록 하고, 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만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의 경우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사장을 통한 시스템 경영으로 기업가 정신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 취임 당시에도 글로벌 수준의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회장 취임 당시에도 2년 뒤에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다 국내 부문은 최근 실적이나 조직이 안정화된 상태”라면서 “박 회장이 국내보다는 해외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최근 미국의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를 인수한 데 이어 베트남투자공사와 함께 현지 운용사인 ‘틴팟’을 인수해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1분기에 11개 현지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은 37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1개 현지법인의 연간 순이익 348억원보다도 많은 규모지만, 박 회장의 기대에는 못미치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뉴욕법인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시스템 구축에만 수백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을 ‘글로벌 IB’(투자은행)로 만들려면 이제 해외사업 성과에 속도를 내야만 한다고 박 회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회장은 본격적인 사업 강화에 앞서 해외법인의 자본금을 늘리는 등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미국 법인에 미국지주회사(Mirae Asset Securities Holdings USA)’를 설립해 주식을 출자했다. 런던법인과 인도 법인 자본금을 각각 5000억원, 3000억원 늘렸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법인 자본금도 각각 650억원, 450억원 증액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ㆍ유럽ㆍ북미 등 11개국에 14개 거점을 갖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는 약 2조3000억원 수준으로 헤드쿼터 격인 홍콩의 자본금이 1조3557억원으로 가장 많다.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곳은 315억원의 이익을 낸 홍콩법인이다. 브라질(81억원), LA(77억원), 인도네시아(58억원)에서도 이익을 냈다. 하지만 중국공상은행 인력 30여명 등 프라임브로커(PBS)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한 뉴욕법인은 지난해 220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나래 기자/ticktoc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