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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탐색]“늙었다고 다 파고다공원 가나요?”…재취업 노인 ‘활기찬 인생 2막’
뉴스종합| 2018-05-29 09:56
-“작은 고정소득있다면 대부분 소비…20대만큼 쓴다”
-베이비부머세대 노년 진입 임박…“자립책 마련해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70대에도 현역으로 20대만큼 벌고 쓴다면 ‘생산가능인구’ 아닌가요?”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 되는 세상에서 노인은 흔히 미래세대의 짐으로 치부된다. ‘생산 가능 인구’에서 배제된 노인들을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나이 70에도 현역으로 일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3년전 67세의 나이로 모터맨에 재취업에 성공한 이희철(70) 씨는 노인들을 ‘생산 불가능 인구’로 치부하는 세상에 반기를 들었다. ‘일할 힘과 기회만 있다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노인들이 많다’는 그는 고령사회 해법의 중심에 노인 일자리가 있다고 말한다.

[모터맨 재취업에 성공한 이희철 매니저.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 30분에 집을 나서는 이 씨의 삶은 여느 20대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이 씨는 하루 평균 5대의 차량을 픽업해 정비소로 대신 운전하는 일을 한다. 임금은 처리 건수에 비례해 받고 원하는만큼 일할 수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이 씨의 한달 근로소득은 160만원이다. 여기에 많지 않은 참전용사 연금 30만원을 더하면 한달 총 소득은 190만원이 된다.

이 씨가 버는 월 근로소득은 노인 인력이 집중된 경비원 등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오후 5시면 규칙적으로 퇴근할 수 있게 조절한 근로시간이 삶의 질에 큰 차이를 낳았다. 이 씨의 평균적인 사용액으로 재구성한 가계부에 따르면, 저축이나 주거비로 나가는 돈은 20대보다 적지만 주로 찾는 종로 3가에서 식사를 하고, 술 한잔 하며 쓰는 돈은 20대 직장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씨는 친목모임에 월 40만원을 소비한다. 

[재취업 직장인 이희철(70) 씨의 한달 가계부. 버는 소득은 적지만 20대 독신 직장인과 비슷하게 소비한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그는 “노인들은 크지 않은 고정소득만 있어도 지하철 무임승차로 파고다 공원을 향해 종일 시간만 때우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파고다 공원에서도 젊었을 적 땀흘려 일한 능력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겠냐. 다양한 일자리 형태로 노인들이 일할 기회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와 같이 적합 직종으로 재취업한 사례는 아직까지 많은 노인들에게 남 얘기다. 노인 일자리가 나날이 줄어들면서 올해 1분기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계 가운데 70대 이상 노인 가구주 비중은 43.2%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당장 고령자의 노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들은 연금혜택이 적어 노년 노동이 필수다. 선진국처럼 복지혜택만으로 이들을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 능력이 있는 노인층에 대해선 일자리를 제공해 자발적 구제책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선 ‘나이’를 기준으로 업무능력을 판단하는 관례를 타파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정 교수는 “곧 노인세대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똑같은 65세라도 앞선 세대보다 신체ㆍ업무 능력이 잘 관리된 경우가 많다. 이들을 나이로 재단해 저임금 인력으로 상정하는 데서 벗어나 질적으로 향상된 재취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노인 연령 상향이나 노인일자리 사업 연령범위를 50대 후반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고령 재취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미래세대의 연금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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