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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기로의 P2P 금융] 위기의 P2P 금융
뉴스종합| 2018-06-11 08:27
-P2P 금융회사 부도에다 대표 해외도피까지...피해 확산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 않고 부동산 대출에만 집중한 탓
-P2P 협회마저 쪼개져 핀테크 산업 미래 암울 진단
-업계마저 “새 대출 문화 및 규제 시급” 자성의 목소리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핀테크 산업의 미래로 촉망받던 P2P금융(Peer to Peer·개인간 금융)이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P2P 금융업체 헤라펀딩이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말 부도를 냈다. 투자자들의 돈을 갚지 못한 대출 잔액만 135억원에 달했다. 제주와 경기 동두천, 평택 등 헤라펀딩이 투자한 건설현장은 연체 상태에 들어갔다.

또 다른 P2P업체 오리펀드-하이원펀딩은 112억원의 대출금을 미상환한 상태로 대표가 잠적했다. 한때 업계 3위를 달리던 펀듀 역시 대표가 해외로 도피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액은 216억원에 달한다. 연체가 장기화 된 킹펀딩은 민사소송에 들어갔다.


잇따르는 논란에 한국P2P금융협회는 주요 회원사가 탈퇴하며 쪼개졌다. 2조5000억원 규모의 P2P 금융 시장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P2P금융은 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이 P2P업체에 대출을 신청하면 업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모아 빌려주는 서비스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저신용 소상공인 등에게 환영받았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10% 안팎의 이자수익(금리)를 보장해 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외국의 P2P대출이 빅데이터 등에 기반해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 대출을 중계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동산PF, 부동산 담보 대출로 쏠림이 심화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P2P 협회 회원사의 대출 유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건축자금(PF) 관련 대출이 6000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34%를 웃돌았고, 부동산 담보대출이 4728억원(26%)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개인 신용 대출은 3558억원으로 20%에 불과했다. 부동산PF 대출은 경기가 나빠지면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쉽게 돈을 벌 요량으로 이 대출에만 열을 올린 업체가 부지기수다.

핀테크 산업으로 분류되는 근간인 빅데이터 신용분석 모델을 개발할 능력도 없으면서 당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P2P업체의 탈을 쓰고 시장에 뛰어든 이들도 적지 않다.

금감원이 P2P업체 실태를 조사한 결과 PF대출의 부실률(90일 이상 연체 발생 확률)은 12.3%에 달했다. 개인 신용대출 부실률이 4.8%, 법인 신용대출 부실률이 2.7%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금감원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 대규모 투자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P2P업계 선두주자급인 렌딧, 8퍼센트, 팝펀딩이 기존 P2P협회를 탈퇴하고 새로운 협회 창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새로운 협회는 개인과 기업 신용 대출을 주로 하는 업체들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P2P협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성준 렌딧 대표는 “P2P금융이 전체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서 4~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사례를 보면 시장의 절반 이상이 개인신용대출로 구성돼 있고 부동산과 PF 대출은 시장의 5% 미만으로 미미하다”며 “자산의 위험별로 규제를 차등화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P2P금융 역시 자산별로 차등화해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기술 기반의 P2P금융이 애초 기대처럼 가계부채를 질적으로 개선시키는 하나의 금융 축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jin1@heraldcorp.com

전체 P2P대출 유형별 잔액 차지 비중 평균 부실률

신용 개인 신용대출 11.6% 4.8%

법인 신용대출 5.1% 2.7%

담보 부동산 PF 대출 43% 12.3%

부동산 담보대출 23% 1.7%

기타(차량·기계) 담보대출 17% 6.3%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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