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전국 17곳 중 14곳에서 당선자를 냈으며 이 가운데 10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4년전에도 비슷한 수의 당선자를 냈지만 당시 정부와 정책 방향이 달라 교육당국과 충돌이 잦았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는 이념 코드도 맞아 떨어져 진보적 교육 정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을 보인다.
국민들이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다면 당연히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진보 교육감이 아닌 모든 국민의 교육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교육 책임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교육 현장은 정치판과는 다르다. 자신의 이념을 구현하는 장(場)이 아니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키워내는 게 기본 목적이다.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는 것은 누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더라도 중립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 본질이 흔들려선 안된다. 교육 현장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다만 그 목적에 도달하는 방식은 자신의 교육철학과 이념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실험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안정성과 중립성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내건 교장공모제와 혁신학교 확대, 고교학점제 운영 등은 과감히 추진해 볼 만하다. 점진적이고 세심하게 로드맵을 짜서 시행한다면 교육 전반을 혁신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사고와 외고 폐지 등은 힘으로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사교육을 줄이고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학교 교육이 황폐화되고 사교육이 판을 치는 것이 입시제도와 문제이지 자사고와 외고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수월성과 다양성 확보 등의 순기능을 주목해야 한다. 이념적 가치로 따지고 접근하기 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나는 교육이 먼저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1년 넘도록 7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분야 정책 만족도는 30%에 불과하다. 김상곤 교육팀의 무능한 탓이기도 하지만 진보적 교육 정책이 그만큼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진보교육감 시대가 활짝 열렸다. 교육현장을 개혁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게 당면과제다. 이념에 기반한 실험적 교육보다는 실력으로 국민적 신뢰를 쌓아야 풀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