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개인 누적순매수 상위 주요 종목 시가총액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연초부터 “저가매수” 외쳤지만 2분기에도 내리막 지속
-불황기 저평가 경기방어주=매수기회? “과거 공식 안 먹혀”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ㆍ중 무역분쟁에 따른 달러 강세로 국내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믿음직했던 ‘저평가 우량주(株)’들마저 내리막을 타고 있어 ‘개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분기 들어 52주 신저가 수준으로 떨어진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지만, 이 주식들이 반등하기는커녕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탓이다. ‘값싸진 우량주’ 외에 개인들이 주목한 종목은 바이오주, 남북 경협주가 대부분이라 손실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싸다’라는 인식에 기대기보다는 금리 인상기 이익개선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분기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20개 가운데 7개는 최근 한 달 내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 삼성물산, 한화케미칼, 고려아연, 삼성생명은 전날 증시에서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19일,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각각 바닥을 찍고 소폭 반등 중이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종목 가운데 최근 한 달 신저가를 경신한 종목이 각각 1개(HDC), 2개(삼성물산, LG) 뿐인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2분기 시작인 4월 초부터 꾸준히 유입됐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의 2분기 순매수 규모가 3520억원에 달했던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리막을 타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사자’를 외치기 시작했던 것은 당시 기준으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던 지난 2월 중순부터다. 이후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이 LG디스플레이에 쏟아부은 돈은 6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주가는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도 비슷하다. 올 초 100만원을 향해 치닫던 네이버 주가가 2월 초 80만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자 개인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후에도 내림세를 지속해, 현재 6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2분기 이후 개인 누적순매수 상위 종목 52주 고가 대비 하락률 [자료=코스콤] |
변동성이 큰 바이오주나 남북 경협주들이 2분기 이후 개인 순매수 상위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매수세가 잦아들고는 있지만, 2분기 이후 이달 21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에 직접 투자한 돈은 1조6069억원에 이른다. 최근 코스닥 급락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주에 유입된 자금도 상당하다. ‘분식회계 논란’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약 3000억원, 조정이길어지고 있는 신라젠에는 2000억원가량의 개인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형주인데도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라는 인식만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업 내 격차가 크지 않았던 과거에는 경기가 좋으면 경기민감주, 안 좋으면 경기방어주로 옮겨가며 그 중 저평가된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며 “그러나 성장산업과 성숙산업, 퇴보산업이 명확히 구분되는 최근에는 이같은 경향이 약해졌다. 경기 불황기에 특정 방어주가 아무리 저평가돼있다고 해도, 성장가치가 담보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및 경협주에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의 큰 변화가 없음에도 급등한 종목들에 새로 투자하기엔 위험성이 높다”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 효과로 이익 상승세가 기대되는 반도체 업종이나,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예상되는 금융 업종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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