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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수, 해법은] ‘온고이지신’ 과거에서 찾는 부활의 비법
뉴스종합| 2018-06-22 11:30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 당 현판을 천막당사로 옮기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2004년 한나라당, 차떼기 파문에 천막 당사…중진 불출마로 대폭 물갈이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6ㆍ13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에서 한국의 보수진영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수 정당들은 나름 혁신 방안 모색에 나섰지만, 고질적인 계파 싸움만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의 궤멸’이라고 할 정도로 현 상황의 심각성에는 모두들 공감하지만, 그 해법에서는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에 유리한 것만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보수의 위기는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도 보수 진영의 위기는 심각했다.

보수 정치의 대표격인 당시 한나라당은 2003년말 수 백억원의 기업 비자금을 대선 자금으로 수수한 이른바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쓰면서 당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새천년민주당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지지도는 결정적으로 하락했다.

이후 전당 대회에서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한 홍사덕 의원을 제치고 총선에서의 승리를 공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차떼기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죄와 함께 ‘천막당사’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17대 총선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미 악화된 여론은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했다. 최악의 조건으로 치르는 총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146석을 갖고 있던 한나라당으로선 비례대표를 포함해 50석 안팎을 얻으면 선전한 것이란 예상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때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적쇄신’이였다. 당 쇄신을 주장해 오던 40대 소장파들은 ‘60대 용퇴론’을 들고 당 전면에 나섰고 중진ㆍ원로 의원들도 불출마로 이에 호응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다.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남경필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현 제주지사 등 당시 40대 초반 소장파들은 ‘60대 용퇴론’ ‘5ㆍ6공 인사 퇴진론’을 제기하며 공천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해 1월부터 시작된 원로들의 불출마 선언도 3월까지 이어졌다. 박관용, 김용환, 강삼재, 유흥수. 양정규, 목요상, 정창화, 한승수 등 3선 이상 의원 16명을 포함해 27명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소설가 이문열씨 등을 영입해 꾸린 공천심사위원회는 현역 의원 20여명을 탈락시켰다. 영남권 공천에서 3선 이상 의원 20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6명에 불과했을 정도였다.

세대교체를 앞세운 ‘공천 개혁’을 통해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 속에서도 원내 121석을 확보, 예상됐던 참패를 면할 수 있었다. 또 지금까지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활약 중인 당시 40대 초반 스타 정치인들을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이 40%를 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국당의 지역조직이 와해됐다는 것으로 한국당은 이미 정당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당을 없애는 초강수를 두고 젊은 인물을 중심으로 새롭게 진영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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