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긴급 구호 물품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과도한 혐오 우려 속 난민신청 놓고 찬반 팽팽
-“난민 신청자 91%가 남성…성 범죄 등 우려”
-“제주 난민 범죄 0건…과열된 비판양상 문제“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제주도 난민 신청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 신청 불허 청원 참여인원이 50만명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반발 심리는 단순히 난민을 향한 혐오가 아니라 실질적인 공포라고 주장하지만, 근거없는 혐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9일 오전 53만3000여명이 서명했다.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 불법체류 등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난민들에게 너무 많은 문을 열어줬다는 것이 청원인의 지적이다.
이같은 반대 여론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치안을 우려하며 ‘공포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이슬람 문화권 난민들이 유럽에서 벌인 범죄사건 자료 등이 난민 신청 반대 청원 독려와 함께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슬람 난민들이 현지 여성을 집단성폭행한 2016년 독일 쾰른 사건, ‘타하루시’로 불리는 집단 괴롭힘, 명예살인 등이 회자되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공포심리를 조장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91%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슬람 문화권의 낮은 여성 인권 문제도 난민 반대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반면 유럽 등지서 발생한 난민 범죄나 사회문제를 가지고 제주 예멘 난민 등 국내체류 난민을 바라보는 프레임으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 통계를 봐도 난민 범죄 등을 향한 공포는 ‘기우’라는 것이다.
제주 출입국ㆍ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549명 중 480여명이 현재 제주에 머무르고 있지만, 범죄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5월 초부터 현재까지 제주지방경찰청에 접수된 예멘 난민 관련 112 신고는 소란행위 2건, 임신부 등 응급환자 3건, 길 물음 1건, 생활고 1건이 전부다. 오히려 현금 수십만원이 들어있는 분실지갑을 습득해 경찰서에 돌려주는 선행을 수차례 벌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과열된 비판 양상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난민 문제는 찬반을 논하거나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현실‘이라고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밝혔다. 홍 교수는 “유럽이 오랫동안 이민자를 받아오며 생긴 문제는 아주 최근 문제인 시리아나 예멘 난민 문제와 다르다”며 “한국의 외국인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보다 낮고, 난민이나 예멘 난민이 특별히 더 위험한 집단이라는 근거도 없다”며 “난민협약 가입국인 한국은 2013년 난민법을 만들고 국내법으로 수용하는 작업을 마친 상황이다. 국민들이 반대하니 한국은 난민 더 안받는다는건 윤리문제, 인권문제를 떠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난민 문제를 둘러싼 국민 여론은 아직까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49.1%, ‘찬성한다’는 응답은 39.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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