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이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비수기에 유럽여행…금요일 연차쓰고 짧은 휴가도
-여행업계 “가격 민감 2030, 비수기 해외여행 즐겨”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더워서 힘들고 대목이라 값비싼 여름 대신 봄 가을에 휴가 갑니다”.
여름 휴가 대목이 다가왔지만 극성수기 휴가를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여름철 피서지 바가지 요금과 교통체증에 지친 직장인들은 ‘7월말 8월초’ 휴가 대목을 피해 조금 이르거나 늦은 시기로 휴가를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분석에서도 휴가 비수기인 3월에 20대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젊은 직장인 중에는 본격적 여름휴가철을 피해 비수기 여행만 노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A(30) 씨 역시 본격적 여름휴가철에 앞서 지난 4월 베트남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는 “본격적인 여름엔 놀 시간이 있어도 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고 항공권과 숙박료 가격이 부담돼 빨리 다녀왔다”며 “여름철 국내 바가지 요금을 생각하면 비수기를 노려 해외여행 가는 쪽이 가성비가 높다”고 설명했다.
A씨와는 반대로 7월말 8월초 이후 비수기를 노리며 휴가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새내기 직장인 B(28) 씨는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연말 여행을 계획 중이다. 저렴한 항공권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보는 게 그의 최근 일과다. 그는 “상사들이 여름휴가를 선호하다보니 자연스레 휴가를 비성수기로 미뤘지만, 저렴한 항공권을 미리 예약해둘 시간이 생겨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처럼 비수기에 휴가를 가는 사례는 스타트업이나 IT업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휴가를 재충전으로 인식하는 젊고 유연한 분위기가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업무 특성과 맞아떨어진 결과다.
반도체 개발자로 일하는 직장인 C(27) 씨 역시 연말에 15일을 몰아서 떠나는 비수기 배낭여행을 구상 중이다. 2개월에서 5개월 걸리는 프로젝트만 끝나면 연차 15일을 한번에 사용하든, 쪼개서 사용하든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되면 장기 배낭여행은 꿈도 못 꾼다는 건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유럽 배낭여행에는 기본으로 수백만원이 들지만, 비수기에 떠나면 여행사 저가 프로모션 상품이 많아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들 업계 직장인들의 설명이다.
연차 대신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비수기 바캉스’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금요일 휴무를 가까운 해외여행 기회로 사용하는 사례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대기업에 재직중인 D(27) 씨는 매달 한번 정도는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그는 “휴가는 아니지만 금토일 3일을 붙여 비수기에 2박3일 여행을 자주 간다. 본격적 휴가철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 일본에 7번 다녀왔다. 짧은 휴가가 매달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수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며 계절별로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성수기를 피해 여행하는 덕분에 지출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금토일 여행족’의 설명이다.
한편 비수기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소비 성향은 관련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하나투어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 20대의 해외여행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46.1%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세 미만 학생층은 여행수요가 6.8% 감소했고, 30대부터 50대까지는 여행수요가 10% 내외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급증세다.
업계는 이같은 성향을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격정보에 민감한 2030세대의 특징으로 분석했다. 연중 해외여행 수요가 가장 적은 3월 비수기에 열리는 할인 프로모션이 젊은층 소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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