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관련 자료사진. [헤럴드경제DB] |
-現 종가세서 종량세 도입으로 변화
-63.6% 수입맥주는 세금 더 낼듯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직장인 주모(42) 씨와 아내는 소문난 맥주 마니아다. 주말마다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를 사 집에 쌓아놓고 먹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가 주세개편을 논의하면서 수입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란 보도가 나오자 큰 걱정에 빠졌다.
주 씨는 “맥주 보관기간이 6개월은 된다고 하니, 수입맥주를 잔뜩 사재기 해놓고 먹어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주세개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맥주의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 방식을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정부에 제출하면서다.
연구원 측이 최근 가진 간담회에서는 ‘4캔에 1만원’, ‘6캔에 1만원’ 등으로 판매됐던 수입맥주들이 국내맥주와 비교했을 때 큰 세금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편안 제의는 이같은 불공정성의 해소가 목적이다.
지금까지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더한 금액을 대상으로 세금을 매겨왔고,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격’에 관세를 더한 가격에 세금을 매겨왔다.
수입맥주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맥주를 수입했다고 신고할 경우 세금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같은 신고액은 수입업체마다 달랐고, 이에 해외에서 수입되는 맥주들이 받는 과세액도 천차만별이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3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량세를 적용하게 되면 향후 국산과 수입맥주 모두 동일하게 용량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리터당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영국(주세 약 1349원), 아일랜드(1301원), 일본(972원)을 사례로 들며 되레 맥주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다.
관세청이 집계한 올해 6월까지 ‘맥주 품목별 국가별 수출입 실적’에서 일본 맥주는 한국 시장점유율 23.2%, 아일랜드는 4.4%, 영국은 0.2%에 불과했다. 리터당 840원가량의 주세가 적용될 경우 향후 주세가 오를지 내릴지 불분명한 벨기에(12.2%)와 프랑스(3.6%)의 시장점유율이 상당하고, 주세 인상이 확정적인 미국(13.7%)과 중국(13.6%), 네덜란드(8.2%), 독일(7.6%), 체코(4.7%)까지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63.6%에 달한다.
현행 조세제도를 이용한 ‘탈세 꼼수’를 막는다는 차원에선 바람직한 정책이란 중론이지만 소비자들은 거세게 반대의사를 내비추고 있다.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맥주에 대한 반발과, ‘세금인상’에 대한 우려가 섞인 거부감이다.
취업준비생 강한빛(29) 씨는 “국산 맥주는 맛이 없어서 손이 가지 않는다”면서 “1만원에 4~6캔을 사서 한주를 거뜬히 버텼던 수입맥주 가격이 오른다는데 달가워할 소비자가 없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직장인 이모(30) 씨도 “건강보험료부터 시작해서 매스컴에서는 세금을 올린다는 이야기만 하는데, 맥주 가격 인상이 또 세금과 연결돼 있으니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업계는 현재 주세와 관련된 상황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수입맥주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일부 언론이 아일랜드, 그리스, 영국 사례를 들며 맥주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데 종량세가 되면 맥주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원가 상승은 소비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측은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판매가격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국산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최대 20% 많다”며 종량세 도입의 당위성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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