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땐 막강한 신임대표…7인 벌써 견제
민평련계 분화…설훈 “이해찬 가능성 높아”
靑 “당이 알아서” 선긋기불구 역학관계 신경
이해찬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여당과 청와대의 복잡한 ‘정치셈법’이 가동되고 있다. 이해찬이냐 아니냐는 의미에서 ‘이(李) 대 칠(七)’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당대표 선거의 일차 분수령은 26일 컷오프다. 청와대 참모진에선 이 의원의 당선에 따를 부담과 득실 고민에 분주하다.
▶막강 신임 당대표… 셈법은 ‘복잡’= 이 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점은 ‘칠인’의 견제세에서도 확인된다. 최재성 의원은 23일 “15년 대선배(이해찬)께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 (과거의) 정치체제를 이제 극복할 때가 됐다”고 밝혔고, 이인영 의원은 “대원군(이해찬) 같은 리더십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창의적 리더십이 더 맞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도 이해찬 의원의 출마 때문에 당대표 출마 여부를 막판까지 고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세력간 득실 계산도 분주하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8월 25일 치러지는데 임기는 2년이다. 새 당대표 임기기간 중인 2020년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진다. 새 당대표에게 사실상 다음 총선 공천권이 주어지는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2년 임기 동안 ‘큰 선거’가 없다는 점도 차기 당대표의 공천권 행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통상 큰 선거 패배는 당대표 교체로 이어져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평화국민연대 계열의 분화도 감지된다. 민평련 계 지지를 바탕으로 출마한 이인영 의원에 대해 같은 민평련계인 설훈 의원은 “이해찬 후보는 당의 미래와 비전을 보고 개혁을 하고자 나온 것이다. 이해찬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 설 의원이 이해찬 의원 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작 ‘돌풍의 핵’인 이해찬 의원은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이날 ‘이해찬이 되냐 안 되냐’의 대결 구도라는 관측에 대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 표이고, 나머지는 430여명의 중앙위원인데, 그분들이 (인물이) 많이 바뀌었다”며 “항상 선거는 얼마만큼 정성을 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靑 ‘고민’=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개입치 않으려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이 알아서 잘 할 일”이라며 차기 당대표 선거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교통정리 요구’를 한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긴밀한 당청 관계를 유지는 하되, 당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표면화 될 경우 ‘제왕적 대통령’ 비판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해찬 의원은 이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 청와대 참모진에게 전화해 알렸다”며 청와대 사전 교감설은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고민은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역학관계로 쏠린다. 참여정부 시절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이 의원은 국무총리였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국회의원 당선 횟수도 7선이다. 청와대와 보폭을 맞추겠지만, 이 의원 특유의 ‘돌직구 노선’이 도드라질 경우 원활한 당청관계가 삐걱댈 가능성도 있다.
‘친노좌장’·‘친문좌장’이라는 이 의원의 타이틀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해찬 의원이 비판을 받으면 그것이 곧 문재인 대통령으로 향하게 된다. 두명에 대한 세간의 정치적 인식은 사실상 ‘한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함께 처리해야할 ‘개혁 입법’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이 가진 ‘선명성’은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의석수 3분의 2를 확보해야 법안 통과가 원활하다는 점은 한계다.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112석으로 전체 의석수 3분의 1을 넘어선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6일 컷오프 선거를 실시해 후보 8명 가운데 3명을 추려 최종 후보군으로 확정한다.
홍석희ㆍ채상우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