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 개혁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기존 기무사를 대체할 새 사령부 만든다는 방침에 따라 창설준비단이 6일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 휴가중임에도 기무사 개혁 방향을 제시하자 즉각 실행에 나선 것이다. 그만큼 기무사 개혁이 시급하고 엄중하다는 의미다. 창설준비단장은 새로 임명된 남영신 현 기무사령관이 맡았다. 그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부터 창설준비단 구성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의 강한 기무사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기무사 개혁의 당위성은 굳이 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다. 개혁의 빌미가 됐던 것은 계엄문건과 사이버 댓글 공작, 세월호 유가족 사찰 등 이른바 ‘3대 비위’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기무사는 그동안 숱한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으로 물의를 일으켜 왔다. 보안과 방첩이라는 본연의 임무와 거리가 먼 정치적 활동들이다. 이런 군 조직을 개혁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해체 후 재창설이란 방식으로 기무사의 일탈과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기무사 개혁의 기본 방향은 인적청산과 기능 축소가 핵심이다. 4200명 선인 현 요원은 전원 육해공군에 원대 복귀하고, 창설된 새 사령부에는 3000명 가량이 선별적으로 복귀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계엄 문건 등 비위에 연루된 요원은 배제해 자연스럽게 인적 청산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30% 정도 인원이 줄었다고 해서 인적 청산이 되는 건 아니다. 기무사는 한번 발을 들이게 되면 군복을 벗을 때까지 몸을 담는 ‘순혈주의’ 전통이 매우 강하다. 이를 깨는 것이 실질적인 인적 개혁이다. 기존 요원을 대폭 축소하고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해 조직을 물갈이 해야 한다. 각급 군 부대와의 정기적 인적교류의 폭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감찰실장을 현역 법조인으로 대체한다는 건 바람직하나 더 과감한 인적 청산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기능과 임무도 마찬가지다. 기무사가 정치개입과 민간 사찰 등 권한을 남용했던 것은 규정이 애매하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명문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수사기능을 헌병이나 군 검찰로 이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방첩대, 특무대를 거쳐 보안사령부에서 기무사로 간판을 계속 바꿔 달았지만 결국 달라진 건 없었다. 이번에도 이같은 과오를 되풀이 해선 안된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통수권자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