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공포에 대한 선천적반응 작용기전 밝혀졌다
뉴스종합| 2018-08-07 09:55
한진희<왼쪽> KAIST 교수와 장진호 박사[제공=KAIST]
- KAISTㆍ뇌연구원 공동연구,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뇌질환 치료 활용가능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포식자의 냄새 자극에 대한 본능적 공포 반응을 결정하는 전두엽-편도체 뇌신경회로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불안 및 공포 뇌질환 치료 기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와 한국뇌연구원 박형주 박사 공동 연구팀이 동물의 공포에 대한 선천적인 행동 반응이 발생하게 만드는 전두엽-편도체 뇌신경회로를 발견하고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설 때 갑자기 튀어나온 자동차 때문에 깜짝 놀라며 얼어붙는 듯이 몸이 저절로 멈춘 경험은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는 ‘동결(freezing)’이라 불리는 대표적 공포 반응이다. 만약 자동차 앞에서 몸이 멈추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다. 이처럼 포식자나 위험한 물체와 맞닥뜨렸을 때 적절한 공포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사람과 동물이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공포, 불안 반응은 인간과 동물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이다.

연구팀은 전측대상회 피질(ACC, anterior cingulate cortex)라는 전두엽의 기능에 주목했다. 신체적인 고통에 반응하고 통증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으로 알려진 전측대상회 피질은 복잡한 두뇌 중에서도 가장 고도의 연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전전두엽 피질(PFC)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전두엽 뇌 영역이 학습을 통해 획득하는 후천적인 공포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동물 실험 등으로 규명됐지만 선천적 공포조절 기능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생쥐의 전측대상회 피질에 적용했다. 생쥐들을 포식자인 여우의 냄새에 노출시킨 상태에서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을 억제, 자극해 반응 변화를 살폈다.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의 활성 조절에 의한 본능적 공포반응 증폭 및 감소 모식도[제공=KAIST]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의 뉴런을 억제하자 여우 냄새에 대한 동결 공포 반응이 크게 증폭됐고, 반대로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을 자극했을 때는 공포 반응이 감소했다. 또한 전측대상회 피질 자극은 트라우마 기억에 대한 학습된 공포 반응도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 내에서 편도체로 연결을 맺은 일부 뉴런들의 성질을 규명했다. 이를 위해 공포반응의 출력에 중요한 뇌구조로 잘 알려진 배외측 편도체핵(BLA)에서 전측대상회 피질의 주요 연결망을 관찰, 전측대상회 피질-배외측 편도체핵 연결망이 단일 시냅스 흥분성 연결로 구성됨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또 전측대상회 피질-배외측 편도체핵 하위 연결망이 전측대상회 피질과 동일한 선천적 공포 조절 기능을 수행함을 규명했다. 이 하부 회로를 억제시키자 여우 냄새에 대한 공포 반응이 증가됐고, 같은 회로를 자극시키자 공포 반응이 감소했다.

한 교수는 “선천적 위협 자극에 대한 공포 행동반응을 코딩하고 있는 뇌 속 핵심 신경회로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학술적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전측대상회 피질 신경회로를 표적으로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기술 개발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7월 1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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