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경고
현행 유지시 2040년 순채무국 전환
2060년엔 순채무 GDP 2배 전망
보험료율 인상·납입기간 연장 권고
국민연금 개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그동안 국회의 무책임한 태도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던 연금개혁이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국민연금은 물론 국가 재정 전체가 파탄 상태에 내몰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은 각종 연기금 수지를 포함한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를 보이며 순채권자 상태에 있으나, 국민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2040년에 순채무국으로 전환하고 2060년이 되면 순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가 사실상 파산에 이르는 셈으로, 국민연금은 물론 국가경제가 붕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발간한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사회보장기금을 포함한 한국의 통합재정수지가 현재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공적연금 급여 및 의료ㆍ장기요양 지출 증가가 큰 위협 요인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OECD 분석을 보면 지난 2015년 기준 한국 정부는 순채권자로 순금융자산이 GDP의 42.0%이며, 이 가운데 국민연금 자산이 GDP의 32.9%를 차지했다. 현재는 국민연금 납입액이 연금 지급액을 웃돌면서 정부 재정을 순채권자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처럼 탄탄한 재정상태는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지출 증가와 경제성장 둔화로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며, 특히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현재의 9%로 유지돼 국민연금기금이 적자로 돌아설 경우 한국 재정도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OECD는 정부 재정은 기초노령연금 및 건강ㆍ장기요양보험 급여의 지출 증가로 이르면 2029년 적자로 전환되고, 2040년에는 한국 정부가 순채무자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60년에는 정부의 순채무가 GDP의 196%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OECD의 분석은 국민연금의 적자전환 시점을 2044년, 기금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예측했던 2013년의 3차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4차 재정추계를 통해 적자전환 시점을 당초보다 2년 빠른 2042년으로, 기금고갈 시점은 3년 빠른 2057년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할 경우 정부 재정에 대한 영향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OECD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만으로는 한국의 채무 변화를 안정시킬 수 없다며,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뛰어넘는 개혁에 실패할 경우 채무 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OECD는 “현재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비춰볼 때 성장률이 둔화되기 전에 자산을 적립하되 그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수입증가를 위한 조치의 실행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OECD는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을 통해 노인빈곤을 보다 효과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선 3중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납입자 비율을 높일 것, 둘째는 은퇴 후 소득을 높이기 위해 2040년 평균 20.6년으로 예상되는 납입기간을 연장할 것, 세째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목표를 40%로 낮추지 말고 현재의 45%로 유지할 것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1차 연금개편 때인 1997년 이후 보험료율 인상 방안을 3차례 추진했으나 가입자 반발과 국회의 무성의로 번번이 무산돼 20년째 9%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번 4차 개편까지 오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됐고 국민적 부담은 더 늘어나 이에 따른 반발도 더욱 심한 상태가 된 것이다. 또 다시 미룰 경우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고통분담이 절실한 셈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