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소주 맥주에도 건강부담금…결국 서민 증세일 뿐
뉴스종합| 2018-09-04 11:29
주류 건강부담금 부과 논란이 뜨겁다. 술도 담배처럼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위해 요인이니 소주나 맥주에도 건강부담금을 매기겠다는 방안이 거론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보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고 가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는 하나 결국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꼼수 서민증세라는 비판이 거세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용익 건보이사장은 “주류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추가 재원 발굴 계획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동의를 거쳐 술에도 이른바 죄악세(sin tex)를 매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곧바로 시행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속내는 드러낸 것이다. 그 불씨는 언제라도 되 살아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소주나 맥주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권할만한 방안이 못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소주와 맥주는 주로 저소득층을 비롯한 서민들이 즐겨찾고 소비하는 기호식품이다. 여기에 건강부담금이 부과되면 그로 인한 부담은 거의 대부분 이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소득이 적을수록 조세부담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게간접세의 특징이자 단점이다.

게다가 술에는 이미 많은 세금이 붙어있다. 맥주만 하더라도 원가의 72%를 가산한 주세와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이를 모두 합한 금액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더해 출고된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부담금까지 얹으면 대략 20%가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 조세저항과 반발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문재인케어 등으로 건보 재정 확충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흑자였던 건보 재정은 올해 1조1000억원 가량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태다. 내년에는 그 갭이 3조원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재정이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서민 주머니를 털어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바른미래당 등 일부 야당이 즉각 ‘최악의 선택’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건보 재정 건전화의 당위성은 두말이 필요없다. 하지만 주류부담금 부과 방식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더욱이 간접세를 올려 세수를 확충하는 수법은 그야말로 후진국적 발상이다.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사무장 병원, 요양기관 불법 수급 등으로 줄줄 새는 돈만 막아도 주류부담금으로 거둬 들이는 규모는 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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