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의 안정은 모든 정부의 숙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 보도하는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주간 단위로 발표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든다.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주택가격 동향은 시세 또는 평가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매주마다 전문가들이 표본을 선정해 매매가의 변화를 평가하고 이를 이용해 가격동향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세 또는 평가가격이 시장을 잘 반영하는 지 의문이 존재한다. 상당히 애매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시세와 평가가격은 전문가가 보기에 수요자인 매수자와 공급자인 매도자가 체결할 수 있는 가상의 가격이다. 매도가격도 아니며 실거래 가격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거래된 실거래가와 매도가격 및 시장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 가격을 평가한다.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함께 활용하는 자료 양이 많아야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2012년에 연구원들이 시세와 실거래가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거래량이 많을수록 시세가 실거래가에 근접하게 나타났다. 이것은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시장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의미다. 월간도 아닌 주간으로 시장변화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평가가격은 평활화(smoothing)의 문제도 있다. 평활화는 시장의 변화를 전문가들이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서울 아파트를 대상으로 2008년 6월과 12월의 실거래 지수와 평가가격을 이용한 국민은행과 감정원 지수를 살펴보면 금융위기 여파로 실거래 지수는 18.2% 하락한 반면, 평가지수는 국민은행 1.8%, 감정원 2.5% 하락했다. 가격폭락의 상황을 전문가들이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문가가 가격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거래 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별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말은 이웃한 집끼리 처음에는 비슷한 가격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리상태에 따라 리모델링 여부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날 수 있다. 만약 전문가가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가격을 평가할수 없다.
해외에서는 주택가격지수의 기본단위를 월단위로 하고 있으며 실거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수인 케이스-쉴러지수(Case-Shiller Index)는 실거래 확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개월 이동평균으로 지수를 산정하며 공표시기도 2개월 시차를 가지고 있다.
지표를 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다. GDP성장률과 고용률과 같은 통계지표 역시 시차를 가지고 발표된다. 정확성 때문이다. 물론 현재 시장상황과 시기 적절한 정책 대응을 위해 신속성도 필요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지표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리고 가격만으로 시장을 파악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판매지수처럼 매도물량이 중개소에 들어온 지 얼마 만에 해소됐는지 매도물량이 얼마나 많은 지 매수문의가 얼마나 많은 지 매도가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지 등 다양한 지표를 생산해 시장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상의 자료인 시세보다는 실거래 자료를 활용한 지표개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