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재위·정무위 의원에 질의
소득주도성장에 회의론 확산
일부의원 과감한 ‘재수정’ 요구도
野, 일치단결 ‘폐지’ 공감대 확인
‘소득주도성장을 폐지해야 하느냐, 유지해야 하느냐’고 묻자 여당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더욱 어려워진 경제 현실과 당의 공약이라는 명분 사이 딜레마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과감한 ‘재수정’을 요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ㆍ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10인 중 6인은 최근 경제 상황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헤럴드경제의 질의에서 답변을 거부했다. 반면, 야권 특히 자유한국당은 ‘폐지’라는 당내 공감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소신을 밝힌 민주당 의원들은 이원욱ㆍ윤후덕ㆍ제윤경ㆍ최운열 의원으로 4명이다. 이원욱, 윤후덕, 제윤경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최운열 의원은 이제 혁신성장 등으로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윤경 의원은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이) 9년 동안 말아먹은 경제를 어떻게 1년 동안 세우느냐”며 “상용직 일자리는 감소하지 않았다. 임시직과 일용직이 감소한 것일 뿐이다. (소득주도성장 폐지 주장은) 과거 아동의 노동을 금지했을 때 일어나는 반발의 논리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정책적 효과를 검증할만한 상황인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더 해봐야 한다”고 했다.
윤후덕 의원은 “1년 동안 펼쳐진 정책 때문에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우리 경제가 어느 지점에 있느냐를 판단해달라”며 “변명이 아니다. 설비투자가 위축되지 않았느냐. 반도체 투자가 작년 절정을 이뤘고, 올해부터 떨어졌다. 반도체 특수에 대한 원인 분석 하고, 착시 현상을 제거해달라”고 부탁했다. “전 정부 시절 호황을 이뤘던 반도체 등 제조업 특수가 사라지면서 생긴 구조적인 요인”이 경기침체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 관련 조사를 시작한 시기는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때와 겹친다. 지난달 취업자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000명 증가했다. ‘7월 고용, 5000명 증가’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도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고용쇼크’라고 표현했었다. 청와대가 “직을 걸고 살리겠다”고 했지만, 2000명이 더 줄었다.
이에 대다수 여권 의원들은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소득주도성장론과 관련 강경한 정부 기조와 들끓는 여론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하고 답변을 거부한 여당 의원들은 “짧게 답변할 성격이 아니다”, “통계를 조금만 더 보자”고 했다. 경제 관련 상임위면서도 “관련 상임위 아니다”고 한 이도 있었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공약과 당론, 그리고 현실 사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10인은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경제통인 최운열 민주당 의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수 야권과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당 소속 윤영석ㆍ엄용수ㆍ김성원ㆍ김종석 의원은 통화에서 관련 질문을 한 뒤 10초도 안 지나 “폐지해야 한다”고 즉답했다. 보수성향인 정태옥 의원과,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한국당 김용태ㆍ김광림ㆍ추경호ㆍ이종구 의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상태다.
윤영석 의원은 “일자리를 정부가 세금으로 만들 수가 없다. 기업을 살려달라”며 “그게 왕도다. 일자리가 생겨야 소득도 생긴다. 소비증가를 정부지출로 채우느냐”고 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허무맹랑하다. 경제이론상 맞지 않는다. 그 말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대공황 등 소비가 비정상적으로 침체한 특수한 시기에나 적용되는 이론”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성원 의원은 “정부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것은 ‘이건 아니다’ 정도가 아니라 경제가 최악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만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청장 바꾸지 않았느냐. 실제 체감하는 경제는 최악인데 지표만 좋게 나올까 봐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정태옥 의원도 “잘못된 정책”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유성엽 의원은 “문 정부가 말하는 소위 소득주도성장은 소득감소, 경기후퇴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소득주도라는 것은 감세를 통해 국민 가처분 소득을 높여줘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다”며 “그런데 문 정부는 감세는커녕 세금폭탄 때리려고 호시탐탐 노리지 않느냐. 그걸 무슨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느냐”고 했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