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에서는 행위의 정도나 내용뿐 아니라 피해자의 상태,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다른 죄목이 결정된다. 일반인에게는 비슷해 보이는 사건도 미세한 차이로 전혀 다른 처벌규정이 적용되곤 한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처벌은 훨씬 거세진다.
강간죄와 함께 성범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강제추행을 예로 들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 혐의는 유죄 판결 시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아동 · 청소년에 대하여 강제추행을 범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강제추행을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적용된다.
법무법인 한음 조현빈 형사전문변호사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법정형은 징역형에 기한을 두지 않아 최대 15년까지 처단형의 범위가 확장된다.
지난 8월 지적장애 2급의 남성은 미성년자를 강제추행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8고합71)
인정 사실에 따르면 11세의 피해자는 피의자인 A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A와 눈이 마주치자 겁을 먹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A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피해자의 팔을 잡고 여러 차례 주물렀고, 피해자가 울자 피해자를 놓아주었다. 이에 A에게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됐다. 동시에 과거 19세 미만의 사람을 상대로 2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고려되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청구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A의 정신장애 정도와 의사 표현 능력, A가 피해자의 팔을 잡은 방법 및 지속 시간 등을 종합하면 A에게 추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술에 취한 상태로 미성년자인 편의점 종업원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B는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5고합370) 재판부는 B의 상태가 심신미약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고 피해자의 충격이 상당하다며 B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조현빈 형사전문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작은 차이로도 혐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피상적 관찰로 성범죄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하며 “혐의가 억울하다고 느껴지는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법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