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유통플랫폼 오픈 잇따라
고가작품 소유권 나눠갖기 가능
“옥석 잘 찾아야 성장 가능성 커”
미술품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그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미술품 공동구매와 거래가 가능한 ‘열매컴퍼니’의 플랫폼과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한 ‘투게더아트’가 오는 10월말 동시에 문을 연다. 대체 투자 단골메뉴로 꼽히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미술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지 관심사다.
수치상으론 미술품은 저금리시대 최고의 투자처다. 글로벌 미술품 온라인 거래시장의 2013~2016년 연평균 성장률은 35.42%(히치콕스 온라인 아트리포트)에 달한다. 다만 100만달러(한화 약 11억3200만원)가 넘는 작품이 전체 거래의 64%(2017년, 아트바젤 UBS 리포트)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 단위가 커 일반 투자자들에겐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다.
고가의 미술품을 나누어 구매하는 블록체인형 ‘공동구매’는 이같은 진입장벽을 없앤 묘안이다. 혼자 사기엔 부담스럽지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여럿이 함께 구매하고 그 소유권을 나눠 갖는 구조다. 투자최소 금액도 1~100만원까지로 크지 않다. 지난 2008~9년 크게 유행했던 아트펀드와 달리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계약기간 만료전에도 환매해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소유권 매매도 가능하다. 투자자가 작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미술품 공동구매 모델 자체는 이미 해외에선 익숙하다. 2017년 설립된 미국 마스터웍스(Masterworks)는 작품의 소유권을 증권화해 판매한다. 피카소, 모네, 워홀과 같은 19~20세기 거장의 그림을 주로 다루며, 최소금액은 500달러(약 56만원)다. 스위스 소셜 커머스 업체 코카(QoQa)는 피카소의 ‘소총병의 흉상’(1968년작)을 공동구매 하기도 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우리는 유명작가 작품을 100만원 단위로 쪼개 판매한다. 투자자들에겐 원본을 디지털 프린트한 작품확인서를 제공하며,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ㆍ소유권을 보장한다”며 “미술품 투자 문턱을 낮춰 대중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투게더아트도 “권리증서를 발행해 지분투자 형태로 진행한다. 클라우드 펀딩 형태로, 아트컴퍼니가 파산하더라도 지분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폐쇄적이고 한정적인 미술시장을 대중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술품 공동구매ㆍ유통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는 건 시장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가능성이 있으니 플레이어들이 뛰어드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국 미술시장이 폭발적 잠재력에도 몇 년 째 4000억원 규모에서 횡보하는데는 미술시장 자체의 폐쇄성도 한 몫을 한다. 새로운 IT기술과 금융기법의 도입이 성장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옥석가리기는 투자자들의 몫이다. VC업계 전문가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도 기본적으로 모든 업체가 스타트업이다. 미술같은 경우는 전문성이 요구되니 작품선정, 수급경로, 작가 레퍼런스 등 기본적 정보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수익구조 등 그 이면까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한빛ㆍ김지헌 기자/vi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