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국경문제 이견 여전
‘노딜 가능성’ EU와 결별대비
전쟁수준 식량·의약품 등 비축
테스코 제품 확보 비상계획도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노 딜’(No deal)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영국 내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영국인들은 식량과 필수품 등을 비축하며 EU와의 ‘불안한 결별’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에 한창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남서부에서 스코틀랜드까지 전역에 걸쳐 일부 주민들이 쌀, 파스타, 말린 과일, 물 등 물자를 비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이 지난 18개월간 이어진 EU와의 협상을 잘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교역이 엉키고, 각종 식품과 의약품이 바닥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영국은 식품 수입의 3분의 1을 EU에 의존한다. 에너지 공급 감소에 대비해 양초, 손전등, 라디오, 태양열 휴대전화 충전기도 갖춘 상태다.
‘함께 준비하자’는 내용의 전단을 작성·배포한 보안 컨설턴트이자 전직 경찰관인 제임스 패트릭은 NYT에 “우리는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순 있다”며 “누구도 더 많이 준비해서 죽은 경우는 없다”고 했다. NYT는 “지구 종말의 날을 대비하는 ‘둠스데이 프레퍼스(준비족)’처럼 영국인들은 삶의 방식을 뒤엎을 위기에 대비 중”이라며 “상품 공급이 중단되고 영국 화폐가치가 떨어져 수입 식품과 다른 재화의 가격 상승에도 대비하려는 게 비축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우려에 휩싸였다. 식음료협회 사무총장인 이안 라이트는 “내달 중순까지 어떤 합의도 나오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사재기는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는 건조제품을 더 확보하는 등 비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약품 회사, 항공업계도 협상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영국은 리스본조약 제50조에 따라 탈퇴 통보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내년 3월29일 오후 11시 EU에서 빠져나온다. 특별 EU 정상회의가 예정된 내달 중순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하려면 이달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
하지만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일랜드 섬은 남쪽 아일랜드 공화국과 북쪽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나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북아일랜드도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섬 전체가 하나의 경제권이었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서로 다른 법규·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EU는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Backstop)안을 제시했지만, 메이 총리는 ‘통합 저해’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남는 방안을 제시했다.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주장하는 영국 내 강경파들은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관련 안건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자신이 이끄는 정부에 정치적 단결을 촉구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