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EPA연합뉴스] |
백악관 “우편요율, 중국 등 개도국에 유리”
144년 동안 가입해온 UPU 탈퇴 절차 시작
중국산은 관세에 우편요금까지 ‘폭탄’…온라인 업체 줄도산 우려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44년간 지속해 온 유엔 산하 만국우편연합(UPU) 탈퇴를 준비중이다. 국제 우편 요금체계가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유리하고 미국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UPU 탈퇴는 결국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과의 대결에서 ‘우편’이라는 ‘새로운 전선’을 열어 젖혔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날 미 재부부 환율보고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환율전쟁 대신 ‘우편전쟁’으로 양국간 무역갈등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들은 이날 UPU를 탈퇴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공정한 국제 우편요율 때문에 중국이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중국의 가짜 상품과 펜타닐(마약성 진통제)과 같은 약품이 미국에서 범람하고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UPU는 1874년에 창설된 국제기구로 국제우편요금 체계를 관리하고 있다. UPU의 조약에 따르면 중국 등 개도국과 후진국들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낮은 우편요금을 적용 받고 있다.
예를 들어 4.4파운드짜리 소포를 미국의 한 주에서 다른 주로 부치면 19~23달러의 요금이 들지만, 중국에서 부칠 경우 5달러만 내면 미국의 어느 지역이든 배달이 된다. 미국 국내 우편요금보다 중국의 국제요금이 몇 배 저렴하다.
미 우정국(USPS)은 세계 각국의 소포를 배송하면서 2016년에만 1억35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를 수정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1년여의 탈퇴과정을 밟는 동안 UPU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적인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다. 이는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미국은 자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UPU에 계속 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독자 요금을 책정하면 중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동안 휴대폰 배터리 같은 저렴한 물건을 미국으로 팔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우편료 덕분이다. 알리바바 등 중국 전자상거래플랫폼 뿐 아니라 아마존, 이베이 등 미국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중국 소매업자들도 줄줄이 폐업신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하면 중국산 제품은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벌금 등의 조건 없이 UPU를 순조롭게 탈퇴한다면 다른 국가도 탈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제 우편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 소포처리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데이비드 징크스는 FT에서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글로벌 우편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국제 기준 없이 각자 요율을 설정하게 되면 중국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전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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